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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라자 1 - 공부중162-166


 꼭 이렇게 나 스스로를 비하해야 되나? 칼은 빙긋 웃으며 내 옆에 있던 타이번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타이번. 오늘도 그런 훈련입니까? 그럼 구경하고 싶군요?"
 "좋을 대로. 우리 뒤의 이 굉장한 행렬이 보이지 않는가?"
 사실 그렇다. 우리 뒤로는 일군의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을걷이도 끝나자 마을 사람들은 별로 할 일이 없었고 내 훈련은 아주 멋진 구경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아침에 나와 타이번이 산트렐라의 노래를 출발하면 곧 <야! 레이디 제미니의 나이트 후치 경이다!> 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이 한두명씩 그 뒤에 따라붙는다. 아무리 그래도 피크닉 바구니까지 챙겨들고 나오는 것은 또 뭐냐? 칼도 책을 구하러 왔다가 그 소문을 들었던 모양이다. 그는 기분 좋게 우리 일행에 합류했다. 그러자 곧 양조장 막내인 미티가 끼여들었다.
 "이봐요, 칼? 어디에 거시겠어요?"
 "걸다니?"
 "오늘은 후치가 누구 이름을 부르는지 말이에요. 내기예요. 현재 제미니가 압도적으로 높으니까 다른 이름을 선택하면 배당이 높을 텐데. 요즘 계집애들이 후치에게 알랑거리면서 자기 일므을 불러달라고 꼬리치는 것 아세요?"
 칼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 되었고 난 미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미티는 태연했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말했다.
 "야, 미티. 그런데 오늘 후치가 확실히 죽는 것 맞아?"
 "확실해요. 타이번은 오늘 키메라Chimaera를 불러낸다고 했거든요."
 미치고 환장하여 팔짝팔짝 뛰다가 심장 마비로 요절하시겠다. 타이번은 힘 조절을 가르쳐준답시고 매일같이 몬스터가 많이 보이는 우리 마을에서도 제대로 보기 힘든 괴물들의 일루전을 불러냈다. 일루전이니까 내가 죽을 일은 없지만 싸우는 동안은 정말 실감나게 덤빈다.
 "좀 점잖게 코볼드Kobold 같은 거나 불러내면 안 돼요?"
 "넌 OPG를 가졌잖아. 비슷하게 맞춰야지."
 "키메라가 나랑 비슷하기나 해요?"
 "죽는 일은 없는데 뭐가 불만이야?"
 "기분이 더럽단 말이에요!"
 타이번은 히죽거릴 뿐이었다. 정말 죽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의 기분은 더럽다.  가고일의 발톱에 맞아 나뒹굴다가 하늘을 덮으며 날아드는 가고일을 볼 때의 느낌이나,  퓨리아Furia의 뱀 꼬리에 칭칭 감겨서 내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내 얼굴을 스치는 퓨리아의 숨결을 느낄 때의 그 끔찍스럽고 역겨운 느낌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아, 여기서 내 변호도 좀 해야겠다. 난 결국 그 가고일의 머리를 뎅겅 잘라버렸고 퓨리아의 여자 상체...는 좀 보기 낯뜨거워서 등 뒤의 날개를 뜯어버렸다. 일루전인데 뭐가 겁나냐? 상처도 다 환각이라서 실제로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데.
 그런데 오늘 타이번은 키메라의 일루전을 불러낸다는 것이다. 맙소사. 그냥 죽여라. 품위 있게 죽게 해달란 말이야! 하지만 이런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마을 사람들은 단체로 소풍이나 가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내 참담함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너무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마. 너 이제 썩 잘하잖아."
 제미니가 날 다독거렸다. 하긴 이제 내 힘에 내가 휘말려 들어가는 일은 별로 없다. 난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대로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난 양초 만드는 초장이야! 훈련 받은 전사가 아니라고. 아무리 OPG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키메라와 싸울 수는 없어.
 "응? 무슨 소리지?"
 타이번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난 타이번을 보았다.
 "급한 발소리, 병사인데. 무슨 일이지?"
 과연 잠시 후 저 앞쪽에서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 귀 좋네? 병사들은 마을 사람들과 그 앞에 있는 타이번을 보자 더욱 황급히 달려오며 외쳤다.
 "타이번 님! 급합니다, 위급 환자예요!"
 어라? 위급 환자라니?
 "타이번, 업혀요!"
 난 두말할 것 없이 타이번을 업어들었다. 타이번 정도의 몸무게는 전혀 무겁지 않았고 나는 달려가면서 외쳤다.
 "성에 무슨 위급 환자예요?"
 마을 사람들도 놀라서 화급히 달렸다. 병사들은 내 옆에서 등에 업혀 있는 타이번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 정벌군의 병사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부상이 심합니다! 하멜 집사께서는 어서 타이번 님을 모셔오라고..."
 뭐라고? 정벌군이라니, 아무르타트 정벌군 말이야? 그리고 부상이라니, 그리고 병사 하나라니. 다른 사람들은, 지휘관들은 어떻게되고 병사 한 명만 왔다는 거야? 타이번은 내 등 뒤에서 음울하게 말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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