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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드래곤 라자 1권 중에서


 아버지는 테이블 위의 술병을 들어올려서 빈 잔에 다시 채웠다. 술잔을 기울이는 아버지의 손끝이 흔들렸다고 느낀 것은 단지 내 생각일 뿐이었을까. 난 숨을 푸푸 몰아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아버지는 내 물잔을 비우시더니 거기에 술을 채웠다.
 "어제 보니 자면서 술주정까지 제법 하더구나."
 난 내 앞에 있는 술잔을 바라보았다. 꼭 아버지의 죽음을 위해 바치는 술잔 같았다. 아버지는 술잔을 들어올리면서 말씀하셨다.
 "잡아라."
 난 술잔을 잡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아버지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난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돌아가신 네 어머니의 이름을 걸고, 난 살아서 돌아오겠다."
 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버지는 웃고 계셨다.
 "정말입니까?"
----------조크ㅜ----------
 "여자에게 그토록 당하는 너 같은 반편이 아들을 두고 죽기엔 너무나..."
 "믿을게요."
-----멋짐-------------
 "그럼, 내 생환을 위해 건배해 다오."
 그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아버지와 나는 건배하고는 술잔을 말끔히 비웠다.
 "아버지..."
 "왜 부르느냐?"
 "돌아가시면 안 돼요."
 아버지께서는 깊은 한숨을 쉬셨다. 난 아버지를 애타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어설픈조크---------
 "나도 내 아내의 목숨을 가져간 녀석에게 내 목숨까지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술주정뱅이 아들의 목숨이라면 한번쯤 고려해 볼 만하지만."
 난 눈초리를 확 바꿨다. 아버지는 껄껄 웃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 표정을 잘못 이해하신 것이다.
-------받아치기--------
 "그래요! 제가 갈게요!"
-------사실과 조크준비-----
 "멍청아. 군대 징집 하한선도 모르냐? 넌 열일곱 살이야."
 아버지는 아주 간단한 말씀으로 내 입이 다물어지게 만들었다.
----------조크-----------
 "...그거 상한선은 없어요?"
 "있지만 내 나이는 아니다. 약오르지?"




 마을 대로에도 이상한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아무르타트 정벌군 소식 때문이었다. 흥분, 걱정, 희망, 불안 그 모든 것을 적절히 배합하여 통째로 절구에 넣고 갈아버린 다음 마을 대로에 뿌린 것 같았다. 속삭임, 웃음소리, 한숨소리, 고함소리. 평소 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소리들이 어쩐지 오늘은 매우 이상하게 들려왔다.
----------아까 양초 성이야기--------
 난 성으로 걸어갔다.
 성에서 버리는 동물의 지방은 유지 양초의 원료로 쓰인다. 그 외에 생선 기름으로 만드는 것도 있고, 난 구경도 못해 봤지만 고래 기름으로 만드는 양초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지방으로 만드는 유지 양초는 좀 저급품이지만 평민들에게는 굉장히 값진 것이다. 따라서 평민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의미로 우리 영주님은 영주의 성에서 나오는 비계나 동물 지방 등을 양초에 만들게 한 다음 필요로 하는 시민들에게 무상을 나눠주게 한다. 하지만 밤에 책을 읽거나 하는 시민은 그렇게 많지 않으므로 수요는 높지 않다. 그리고 벌집으로 만드는 보다 고급인 파라핀 양초는 성에서 사들이며, 그것으로 우리는 먹고 산다. 즉 성에서는 음식 찌꺼기로 심니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파라핀 양초를 사들임으로써 우리 가족을 먹여살린다. 마음씨 좋은 우리 영주님. 이야기에 나오는 못된 영주들은 초장이들에게 음식 찌꺼기를 팔아 먹기도 한다던데.
 숙취 때문에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땅만 보면서 걸었다. 그래서 자칫 마을 대로에 모여선 사람들과 부딪힐 뻔했다.
 사람들은 마을 대로를 완전히 막고 모여서 있었다. 난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조장의 미티가 보였다.
 "미티? 뭐야? 무슨 일이야?"
 "후치냐? 저기 성을 봐."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눈은 전부 언덕 위쪽, 영주의 성을 향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뽑아들고 성 쪽을 바라보았다.
 성벽 위로 거대한 하얀 목이 보였다.
 "캇셀프라임?"
 그런데 바로 그 옆에 뭔가 넓고 큼직한 하얀 것이 올라오며 그 목을 가려버렸다. 나는 잠시 후 그것이 다시 내려갔을 때에야 그것이 캇셀프라임의 날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날개는 다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날개짓을 하는 것이다.
 이윽고, 캇셀프라임은 둥실 떠올랐다. 거짓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커다란 덩치가 하늘을 날려면, 산꼭대기 같은 곳에서 산비탈로 마구 내달려야 간신히 떠오를 것 같았다. 그런데 캇셀프라임은 마치 참새나 된 것처럼 제자리에서 우아하게 날아 올랐다. 참새라고? 아니, 해오라기 같았다. 그 우아한 날개의 움직임. 느리면서도 가벼운 몸놀림. 가공할 힘이 있음에 틀림없을 텐데도 한없이 부드럽게 움직니는 목과 꼬리.
 캇셀프라임은 이윽고 완전히 날아올라 성 위의 하늘에 떠올랐다. 그것은 천천히 날개를 저어 우리가 서 있는 쪽을 향해 날아왔다.
 너무 빨랐다.
 날개를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그렇게 빠르다는 느낌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캇셀프라임의 거대한 날개라면 다른 조그만 새들이 수백 번은 날개쳐야 될 거리를 한번 날갯짓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캇셀프라임은 날개를 몇 번 퍼득이지도 않고 벌써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캇셀프라임 만세!"
 "만세!"
 사람들은 모두 감동하여 팔을 뻗어올리며 소리높여 환호를 보내었다. 나 또한 그 광경에 감동해서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지르고 팔을 내둘렀던 모양이다. 칼이 내 어깨를 잡았을 때 급히 팔을 내리다가 칼의 콧잔등을 찍어버릴 뻔했으니까.
 "이크, 조심하게나. 네드발 군."
 "아, 칼?"
 "흠. 과연 장관이구먼."
 "예. 어, 그런데 캇셀프라임은 어딜 가는 거지요?"
 "글쎄올시다. 날아간 방향으로 보아 회색 산맥이군. 정찰이 아닐까 하는데."
 "정찰? 정찰이라면 우습네요. 저건 누구 눈에나 뜨일 테고 당연히 아무르타트에게도 보일 텐데."
 "지금은 그렇구먼."
 "예?"
 "오, 네드발 군. 인비저빌리티 라는 마법이 있따는 것이 이토록이나 비밀스러운 일이었던가?"
 "아! 마법!"
 난 머리를 딱 쳤다. 물론 그게 어떤 원리인지야 나로선 도저히 알 수 없지만, 인비저빌리티는 물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도 변명할 말은 있다고.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마법사라고는 딱 세 번밖에 보지 못했다. 제6차 아무르타트 정벌군 때 한 명, 그리고 제 8차 아무르타트 정벌군 때 두 명을 봤다. 그리고 그들이 마법사라는 것만 알았지 그들이 마법을 쓰는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 나에겐 마법이란 신비한 것, 알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마법에 대해 바로 떠올릴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하잖아.
 칼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하긴 마법사라는 것이 워낙 희귀한 것이니, 우리의 네드발 군이 그것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야 있겠는가."
 "그런데 누가 캇셀프라임에게 인비저빌리티를 써주지요?"
 "응? 그야 캇셀프라임이 직접 쓰는 것 아닌가."
 "드래곤이 마법도 써요?"
 칼은 황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고 난 가장 적절한 대응, 즉 뻔뻔스러운 얼굴로 그것쯤 모른다고 해서 하늘과 땅이 뒤집히기라도 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왔다.
 "마법은 원래 드래곤의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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