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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갑각나비 6. 괄호 -4


 #14.
 끝이 났다.
 그 때 엘로의 집에서 나온 그녀들이 본 것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때나마 어디론가 사라졌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그들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티밀리아가 그 사실들을 알려주려 했지만 에밀리아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둘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둘은 고단한 몸을 침대에 던졌다.
 여관에서 하룻밤을 마저 쉬고 마을을 돌며 준비를 모두 끝낸 에밀리아와 티밀리아는 마을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엘로의 집에 들러봤다. 바닥에 어지럽게 쌓인 책들과 내용이 생략된 『괄호』는 여전했지만 어째서인지 엘로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둘은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엘로의 집을 나온 둘은 곧 마을을 벗어났다. 오솔길에 접어들 무렵에 티밀리아가 입을 열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지, 언니?"

 티밀리아가 밝은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왠지 재미있었다는 듯한 얼굴이군, 티밀리아."

 "헤헤. 사실은 그래. 마치 엘로의 소설책을 읽고 난 것 같아서. 어쩌면 우리가 어제 겪었던 일이야말로 엘로의 진짜 유작일지도. 물론 언니랑 내가 그 주인공이고 말이야. 헤헷."

 에밀리아는 한가하게 말하는 동생의 얼굴을 봤다.

 "티밀리아, 넌..."

 "응? 왜?"

 "...아무 것도 아냐."

 에밀리아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언니는 어땠어? 재미있었어?"

 "글쎄... 난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야."

 그녀가 말하자 티밀리아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래? 그럼 내가 깨워줄게, 언니."

 티밀리아의 손이 에밀리아에게 다가왔다. 그 손은 에밀리아가 미처 저지하기도 전에 그녀의 볼에 닿았다. 그리고 티밀리아는 에밀리아의 오른 뺨을 꼬집었다.

 "아..."

 티밀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냈다.

 (#13으로 가시오)


 #15.
 에밀리아는 뺨을 꼬집어대는 동생의 팔을 살짝 밀쳤다. 티밀리아는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둘은 다시 걸음을 빨리 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침까지의 안개가 거짓말로 생각 될 정도로, 좋은 날씨의 초겨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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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마지막은 별로 길지 않은데 괜히 4편으로 나눠서 올렸군요. 그냥 대강대강올릴걸...

 처음에는 신기하고도 재밌고도 꽤나 구성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는데, 단편을 쓰면서 습작과 베껴쓰기를 하고 장편을 읽어보니까..(한마디로 이것저것 다하니까) 단편이 가지는 한계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단편이다보니 너무 비꼬고 너무 구성있게 하다보면 단편이 아니라 중편이 되니까(일단 시작한 건 다 끝을 봐야하니까 말이죠) 역시나 단편은 적당한 사건과 그 이유 그리고 목적과 해결이 있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그럼, 다음 나비에서 뵙지요

 나날이 즐거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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