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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J.O.B 1. 블링크 슈즈Blink Shoes -8

 나는 고개를 돌려 라다희를 바라보았다. 마술사에게 치욕적인 대우를 받고 쫓겨날지라도 나는 가장 급했던 질문을 해야했다.

 "이따위 신발. 얼마든지 벗으면 되지. 그런데 나재인은 괜찮아요?"

 마술사도 궁금한 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말해도 될지 걱정스러운 듯이 우물쭈물거렸다. 그리고는 우리를 훑어보고 말했다.

 "그게... 네. 나재인은 괜찮아요. 일단 큰 부상은 없어요."

 나는 고개를 숙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듣도보도 못한 술수와 사람들에게 말려든 나재인이 살인까지 할 뻔한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라다희가 분명히 그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고 했다. 고개를 들자 마술사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라다희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조금 문제가 생겼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나는 자리를 박차고 그녀를 마주했다.그녀는 내 시선을 피해 마술사를 보았다. 말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불안함이 꿈틀댔다.

 "마인드 컨트롤은 대상자를 정신교감에 의해 조종하는 고등기술이에요. 따라서 강력한 육체적 공격에 약하죠. 예를 들어 대상자가 큰 부상을 입게되면 정신교감에 실패하게 되고 대상자는 정신을 잃게 되는법이지요."

 "그래서요?"

 "나재인은 일반적인 마인드 컨트롤에 걸렸고 당신에 의해서 정신을 잃게 되었어요. 거기까진 좋았죠. 하지만 병원에 데려간 결과 그는 현재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게 되었죠. 이건..."

 마술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빛과 같은 속도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들던 나를 붙잡았다. 그대로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광경을 목격한 나는 등이 땅에 닿고서야 고통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크아악!"

 고급 융단의 재질로 된 바닥일지라도 다른 목적으로 등이 바닥에 먼저 닿을 경우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내장이 무중력 상태로 떴다가 바닥에 꽂히는 순간 입밖으로 튀어나올듯이 출렁였다. 쓰라린 고통에도 고개를 젖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의식불명'이라니. 어째서!

 "가만히 있어라."

 마술사는 한손으로 내 목덜미를 쥐고 일어날 수 없게 했다. 라다희는 미안해하고 있었다.

 "간혹 있는 증상이에요. 마인드 컨트롤러에게 지배당한 피지배자, 대상자는 마인드 컨트롤의 후유증을 갖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기억상실이죠. 대부분이 지배당한 동안의 기억을 잠식당해 그때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것이에요. 마인드 컨트롤이 끝나면 그 이후 일반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강력할 경우 대상자는 장기적인 기억상실에 걸립니다."

 "그, 그럼! 나재인이 기억을 잃은 건가요?!"

 꿈틀대기만 하던 불안감은 내 얼굴 전체로 퍼졌다. 분명 내 얼굴은 지금 보고 있는 라다희와 같을 것이다. 그녀는 불안하다 못해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의 설명은 능숙하게 이어졌지만 그녀의 말은 계속해서 떨렸다.

 "아, 아니오. 나재인의 기억은 일시적 기억상실일 거에요. 아니, 확신할 수 없어요. 미안해요. 그는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어요."

 나는 몸부림쳤다. 마술사는 팔을 떼고 한걸음 물러났다. 광분하듯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라다희와 마술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외쳤다.

 "대체 나재인은 어떻게 된 겁니까!"

 라다희의 커다란 눈망울이 흔들렸다. 물기어린 눈이 반짝이며 마술사를 보았다. 그는 나를 보고 말했다.

 "진정해라. 나재인은 정신적 코마Coma 상태(혼수상태)에 빠진거다. 흔히 말하는 의식불명과 같은 증세로 마인드 컨트롤에 의한 코마는 식물인간과 같은 증상을 보이지."

 라다희는 흠칫했다. 분명 내가 잡아먹을 듯이 그들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술사는 태연하게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식물인간은 대뇌의 손상을 입어 의식과 운동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즉, 지금 네 친구는 사경을 헤매고 있는 거다."

 나는 성큼성큼 마술사에게 걸어갔다. 내 발자국이 얼마나 거칠었는지 부드러운 융단이 발자국이 고스란이 새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 앞에 바로 서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말했다.

 "너! 내 친구가 죽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마술사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답했다.

 "죽지는 않을 거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마술사는 당당하게 말했다.

 "마인드 컨트롤은 어디까지나 정신 침식이다. 뇌에 손상을 집었다 할지라도 상처가 나거나 한 경우가 아니니 분명히 깨어난다. 그는 절대 죽은게 아니야."

 나는 분노하며 외쳤다.

 "식물인간이 죽은거나 마찬가지지! 무슨 개 소리야!"

 "아니, 식물인간은 죽은 게 아니다. 살아날 수 있다."

 내 씩씩거림이 얼마나 거칠었는지 내 귀가 울릴 정도였다. 나는 마술사를 죽일듯이 노려보고는 뒤로 돌아서 의자에 앉았다. 나재인은 괜찮다면서, 빌어먹을!

 "나재인이 깨어나지 않으면 정말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나는 거칠게 신발끈을 붙잡아서 당겼다. 미끌. 너무 거세게 잡아당긴 탓인지 신발끈을 잡은 손이 미끄러지듯이 휘둘러졌다.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신발끈을 놓치자 짜증이 났다. 강하게 두손으로 신발끈을 잡았다. 그리고 좌우로 당겼다.

 신발 모양의 석조모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그 석조 신발의 끈을 힘껏 당겼을 때 끈은 풀리지 않고 매끈한 석조 끈에 손이 미끄러지는 느낌. 나는 당황해서 고개를 들어 마술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을 보자 더 화가 났다. 다시 신발 끈을 풀려 했지만 역시나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반대발을 들어서 위아래로 흔들자 신발끈이 흔들렸다. 그리고 양손으로 그 신발끈을 다시 쥐고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손이 미끄러졌다.

 "안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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