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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인간

 "안 보이는군요. 어쨌든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호수와 그 주변의 땅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당한 모양입니다."
 샌슨이 다급하게 물었다.
 "우, 우리가 아니고요?"
 이루릴은 생긋 웃었다.
 "인간은..., 그런 면이 있죠. 모든 것이 자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 그런 놀라운 생각 때문에 그들은 번영하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샌슨은 얼굴을 붉혔다.

 ...


 "인간은 관계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이루릴의 말이었다. 칼은 지긋이 이루릴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우리들처럼 보장된 조화가 없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좁혀가는 방법, 합의하는 방법들을 익혀야 하며, 그렇게 타인을 이해하려고 드는 과정에서 다른 피조물들에 대한 이해력이 길러진다고 알았지요."
 "엘프들의 생각입니까?"
 "제 생각입니다만, 아시다시피..."
 "아, 네. 엘프들은 모두 조화로울 테니, 아마 세레니얼 양의 생각에 대한 다른 엘프분들의 반대 의견은 없겠지요."
 "예. 그런데 저 왕자, 길시언 바이서스는 그 관계 때문에 오히려 괴로워하는군요."
 "괴로워한다라..."
 "그렇게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만드려 들지만, 그러니까 모험을 즐기는 보통의 낭만가의 모습을 견지하려 들지만 그 자신의 관계가 그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확하신 지적입니다."
 "그런가요? 기쁘군요. 저,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스스로 이해력이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예. 당연하지요. 항상 조화로운 관계 속에 살아온 저로서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칼은 멀리 갈색 산맥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
 "타인에 대한 이해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것은 결국 감정 이입이지요. 그래서 같은 부피의 헝겊이 있을 때 인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헝겊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거니다. 같은 부피의 돌이라 할지라도 조각으로 만들어진 것은 훨씬 애정, 혹은 두려움, 경배, 어떤 감정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물질에 대한 감정 이입의 결과이고, 결국 따스한 마음씨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어렵습니다."
 "제 뜻은 이렇습니다. 선량한 마음씨가 있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는 말씀입니다."
 이루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량한 마음만으로 충분할까요?"
 "이 세계에선...,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일국의 왕자가 황소를 타고 마법검을 휘두르는 세계에서는..."
 칼은 말을 맺지 않고 대신 빙긋이 웃었다.

                                                                                        이영도, 『드래곤 라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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