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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

편지. -2



 그 날 이후, 엘로 파울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탈론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엘로 파울은 이미 이 마을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식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탈론은 갑자기 집필을 한다는 핑계로 자기 방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에게는 들어오지 말 것을 부탁하고 탈론은 점점 나와의 교류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도 나를 시기하는 동생에게 화가나서 그와의 식사 시간에도 별 말을 하지 않고 내 방에 틀어박혔다. 그렇지만 동생과 달리 재주가 없는 나는 아무리 종이 위에 펜을 갈겨도 글이 써지지 않았고 언제나 시간만 죽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눈에 띈 것이 응접실에 있던 엘로 파울의 책, 『나에게 보낸 편지』였다.
 그가 쓴 다른 소설과는 눈에 띄게 형편없어 보이는 이 책을 동생은 챙기지 않았다. 마치 없는 것처럼 상대하며 내버려두었기에 나는 방으로 들어와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 책에는 엘로 파울의 일생이 적혀있었다.
 엘로 파울은 마르디아 평원에서 가축을 키우는 작은 마을의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부터 명예나 재물이 없던 그는 허드렛일을 하며 그 날 먹을 식량을 구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 그렌토 파울은 일반인들과 다른 톡득한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골동품 수집이었다. 꼭 유명하고 비싼 오래된 유품이나 골동품을 사들이는 것이 아닌, 단지 오래되고 귀족가에서 쓰이는 물건은 거의 모든 것을 사들였다. 안그래도 가난한 집안에 그렌토 파울의 취미는 일종의 사치였다. 그래서 엘로 파울은 아버지의 그 취미를 환영하지 않았다. 더욱이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경제관념이 남다르게 성장한 엘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준 하나의 책을 읽게된다. 그것은 아버지의 골동품 수집의 고서 중에서도 금서가 된 아이젠 파우스트의 『신이 사는 마을』였다.
 이 책의 내용은 국가분쟁이 일어나는 국경선과 산을 하나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잘 오지 않는 마을에, 한 국가가 생체실험을 실시한다. 그리고 그 생체 실험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퍼트려 마을 전역을 죽음의 도가니로 만드는 것이었다. 실험 첫째 날에는 식물이 죽었고 둘째 날에는 들짐승이 죽었다. 셋째 날이 오자 날짐승이 사라지고 넷째 날에는 때양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면서 인간들이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결국 다섯째 날에는 인간들이 죽고 어린아이만 남게 되었다. 여섯째 날에는 모든 건물이 모순된 모습으로 죽었으며 일곱째 날에는 죽은 모든 것이 되살아나 살은 자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알아차린 여행객이 이곳을 찾아와 죽은 인간은 묻어버리고 병든 환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간호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이 사라져간다.
 사라진 아이들은 놀랍게도 생체실험을 유지하는 제물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다른 국가에서 찾아온 또 다른 여행자가 이 모든 사실을 알아차리고 생체실험 과학자들을 모조리 처단한다. 그리고 제물이 된 아이들을 구하자 마을에는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모든 어른들은 죽고 아이들만 남은 마을은 더이상 재건이 불가능했다. 땅은 메말라버렸고 식물은 죽었으며 아이들은 힘이 없고 어른은 여행자 혼자뿐이었다. 결국 그 여행자는 자신이 원한 것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포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재건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추적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한없이 소설에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엘로는 『신이 사는 마을』을 수도 없이 읽었다. 그리고 몇 번을 다시 되풀이 해서 읽기 시작했을 때, 그는 책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책 표지가 무언가 커다란 종이처럼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엘로는 결국 책을 뜯어버리고 표지를 펼쳐본다. 펼쳐진 표지는 놀랍게도 몇 차례 접어진 커다란 편지였고 그 안에는 아이젠 파우스트의 말이 적혀 있었다.

''아이젠 파우스트의 말. 펜의 저주(편지)

 엘로는 결국 그 펜을 아버지의 골동품 중에서 찾아낸다. 가난함에//

펜을 찾아내서 쓰기 시작하지만 펜이 나오지 않았다가 잘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자동서기펜. 엘로는 이상함을 느끼고도 글을 쓴다. 그러다가 문제를 깨달고 그때 책에 존재를 알고 펜의 ㅈ어체를 알게 된다. 그 후에 쓴 소설이 지배자의 지배자. 그 인기가 좋자 후속작을 내고 글을 쓰지만, 펜에 마력에 생명을 빼았기게 되자 그는 결국 껍데기만 남게 된다. 젊은 날의 모습이라는 껍데기로 .

 결국 엘로는 펜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고 그 펜을 천재가 쥐게 되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탈론에게 전하려 했으나 펜의 정체를 아는 탈론은 이를 거부한다. 그러나 정체를 아게 되자 그의 형 갈이 펜을 얻으려 한다. 엘로를 만나 펜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려 할 때, 이미 눈치챈 론은 형보다 한 발 빨리 움직여서 펜을 바꿔치기 한다. 그러나 형은 것도 모르고 펜을 쓴다. 글은 써지지 않고 의아함을 느낀 형은 동생을 조사하고 펜이 바뀐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동생에게 펜을 달라고 하자 동생은 진짜 펜을 주지 않고 만년필을 선물한다. 형은 동생이 자신을 무시하고 자기만 천재성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동생의 손가락 10개를 모두 분질러버린다. 그리고 동생을 내쫓고 형은 자신의 일생을 바쳐 글을 쓴다.

 결국 아버지는 죽고 그는 자신이 이룬 꿈을 뽐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헤어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그는 더이상 존재할 수 없는 껍데기 인간. 그는 결국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 글을 쓴다. 자의지에 의하여.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 아닌 손가락이 부러져 천재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동생에게. 그것고 그의 만년필로.



은색도광에 손잡이만 검고 불투명한 보석으로 치장된 수제 만년필이었다.
 탈론의 말에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



 용서조차 구할 자격이 없는 형이지만, 그때 너를 쫓아내면서 뺏은 펜이 아닌, 네가 형에게 선물로 사준 오래된 만년필로 써보는 지라 글씨가 익숙하지 않구나.

 추신 : 이 글씨 마음에 드나? 오랜만에 써봐서 서툴지만, 론이 선물로 준 만년필로 쓴 거라네.

 그날 나는 참으로, 참으로 오래간만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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