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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폴라리스 랩소디 1 pp 58~62

 그러나 오닉스는 공주를 내려놓으려 들지는 않았다. 두 눈으로 한층 격렬한 분노의 불길을 피워대며, 오닉스는 보라는 듯이 뱃전에 한쪽 발을 척 올렸다. 라이온은 입술을 깨물며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스르릉. 검이 울리자 오닉스의 눈에 의혹이 스치고 지나갔다. 라이온은 그런 오닉스를 향해 차갑게 웃어주었다.
 "해볼 테면 해봐."
 오닉스는 아무 말 없이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라이온은 칼날을 세워 오닉스의 마스크를 겨냥하며 말했다.
 "언젠가는 당신의 그 잘난 마스크를 찢고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고함 지르게 만들어주고 싶었지. 그 여자를 던져봐. 맹세컨대, 당신 몸에서 그 여자 몸무게만큼 잘라내어 그 여자를 뒤따르게 하겠어."
 슈마허는 조금 전까지도 자신을 돌아버리게 만들고 있떤 사내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기분을 느끼며 당혹했다. 그리고 배틀 엑스를 거머쥔 오닉스의 손은 하얗게 변했다. 오닉스는 입매를 푸들푸들 떨고 있었지만, 라이온은 그런 오닉스의 얼굴을 보며 무시무시하게 웃었다. 그때 율리아나 공주가 의혹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저, 미안하지만 라이온 씨.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라이온은 오닉스의 동작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잠깐만요, 공주님. 지금 상황이 급한지라......"
 "저도 급해요. 당신이 제 체중을 어떻게 아세요?"
 오닉스는 하마터면 율리아나 공주를 놓칠 뻔했고, 혀를 깨문 라이온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라이온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하, 하하...... 저, 공주님. 실례였군요. 사과드립니다. 물론 저는 공주님의 체중을 모르죠. 하지만, 그 왜 눈대중이라는 것이 있잖습니까?"
 "당신 눈이니까 눈대중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입 밖으로 말하는 건 안 돼요!"
 "물론입니다. 예. 지당하지요. 어찌 그런 무례를. 음음."
 라이온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슈마허에게 낮게 속삭였다.
 "이보게, 슈마허. 자네 공주님도 만만찮군. 거의 나만큼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차마 고개를 끋거일 수 없었떤 슈마허는 대신 침묵으로 라이온의 말에 찬성했다. 그때 식스 1등 항해사가 레보스호의 선상으로 건너왔다. 식스는 오닉스와 라이온을 쳐다보고는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둘 다 그만두시오. 오닉스 선장, 라이온 갑판장."
 퍽이나 우스운 입장에 빠져버린 오닉스는 잠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겨드랑이에 낀 공주와 라이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확고했고 오닉스는 다시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식스는 오닉스가 보내는 손짓을 보고서는 관자놀이를 꿈틀거렸다. 오닉스는 먼저 검지로 식스를 가리켜보인 다음,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가, 다시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너는 내게 명령할 권한이 없다.> 식스는 격노한 나머지 뭐라고 말할지도 모르게 되어버렸고, 그 틈을 타 오닉스는 율리아나 공주의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라이온은 잇소리를 내며 돌격 자세를 취했고 공주는 소리 높이 비명을 질렀다.
 "안 돼에!"
 "멈춰라, 오닉스 선장."
 율리아나 공주의 비명 끝에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 하나가 연결되듯이 들려왔다. 오닉스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고 오닉스의 허리를 향해 태클하려던 라이온 역시 황급히 멈춰 섰다.
 자유호의 선교에서 한 사내가 오닉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색 외투로 몸을 감싼 키 큰 남자였다. 외투 아래에서 거대한 칼자루의 끝이 비죽 튀어나와 있었지만 이 사내의 경우라면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검을 뽑아들 필요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사내는 그저 두툼한 왼손을 칼자루 끝에 얹어둔 채 오닉스를 쏘아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 눈매에는 광기와 열정, 그리고 이글거리는 욕망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엘리엇 선장은 뱃사람이라면 꿈에서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인물을 실제로 보게 되자 신음을 토했다.
 "노스윈드......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


 오닉스는 주춤한 자신에 대해 분노했다.
 그의 손이 급격하게 움직이며 키 드레이번에게 손짓을 보내었다. 슈마허나 율리아나 공주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동작이었지만, 해묵은 뱃사람인 엘리엇 선장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재수 없음, 불길함을 뜻하는 손짓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고 그 중간 중간 오닉스는 턱으로 율리아나 공주를 가리켰다. 레보스호를 점거하고 있던 해적들은 오닉스의 손짓에 불안한 표정을 띄워올렸다. 이들도 뱃사람들의 오랜 미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키 드레이번은 오닉스의 손짓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 다음, 다시 조금 더 침묵했고, 그리고 다시 침묵했다. 그래서 오닉스는 굴욕감을 삼키며 초조한 심정으로 키 드레이번의 대답을 기다려야 했다. 조금 후, 키 드레이번은 나직하게 말했다.
 "그녀가 두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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