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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폴라리스 랩소디 1 pp 232~242

 율리아나와 오스발은 입을 모아 너무나도 맛있는 음식이었다는 둥, 이런 음식을 맛본 것만으로도 태어난 의미를 획득했다는 둥 함으로써 세실을 실소하게 만들었다. 세실은 식기들을 설거지 통에 던져놓은 다음 두 사람에게 와인 잔을 내놓으며 말했다.
 "그래, 당신들이 좇는 별(목표,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다)은 뭐야? 도와주겠다고 한 말은 책임질 테니 말해 봐. 뭘 도와줄까, 발?"
 오스발이 세실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데 조금 머뭇거린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로 공주가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와인 잔을 들여다보면서 그녀가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오스발을 배신했기 때문에, 둘째로 사실을 말해야 될지 근사한 거짓을 말해야 될지 몰랐기 때문에. 결국 오스발은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저, 세실. 만일 우리가 지금 당장 카밀카르로 가야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시겠습니까?"
 "카밀카르? 농담하는 거야? 휘이유! 당신들 두 명이서? 어려워. 거기까지 안전하게 가려면 우호적인 쇠붙이가 꽤나 많이 있어야 할걸."
 율리아나와 오스발 모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두 사람이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세실은 보다 보편적인 말로 바꿔 말했다.
 "칼이나 돈 말이야. 돈으로 사든 우정으로 사든 어쨌든 무장한 동료들이 꽤 있어야 될걸. 산적, 노상 강도, 국경 통과는 또 어떨까. 야수들, 괴물들. 흐음.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가장 안전한 길은 뱃길이지만 요즘은 키 드레이번 때문에 뱃길 안전하다는 말도 못하겠군."
 오스발은 황급히 고개를 숙여 와인 잔 속을 노려보았다. 키 드레이번이라는 말에 자신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율리아나는 반대로 천장을 쏘아보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히려 세실에게 이상한 인상을 주고 말았다. 세실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말했다.
 "그리고 뱃길을 타려면 항구로 가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여기서 가장 가까운 항구는 미노 만이고 거긴 대드래곤의 성지야. 실격. 그 다음 가까운 항구는 동남쪽의 다림. 거기는 이보레 열도를 오가는 화물선들의 종착항이지. 하지만 다림까지 가려면 아피르 족의 당을 지나가야 해. 아피르 족은 조금 전 당신들이 스테이크를 먹어치우던 모습 그대로 당신들을 먹어치울 걸. 역시 실격."
 
자유호의 조타수 칸나를 떠올린 오스발은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율리아나는 열성적인 얼굴로 말했다.
 "저, 세실 양. 이곳에 교회가 있나요?"
 세실의 얼굴이 확 바뀌었다. 세실은 눈을 몇 번 심하게 깜빡거리더니 곧 가늘게 뜬 눈으로 율리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요, 교회라니? 물론 이 빌어먹을 테리얼레이드에도 교회는 있어. 대륙의 열번째 불가사의가 아닐까 생각되긴 하지만. 그런데 그건 왜?"
 "저희들은 교회에 도움을 청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유리 당신...... 설마 귀족인가? 교회에 도움을 청한다고?"
 세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율리아나를 바라보았지만, 율리아나는 대답 대신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던 세실은 끙 하는 소리를 내었다. 쳇. 다벨이나 팔라레온에서 도망친 귀족 부스러기 정도 되는 모양이군. 이 남녀에게 가르침을 좀 베풀어볼까? 관둬, 쳇. 이 작자들에게 테리얼레이드가 그들이 생각해 오던 낭만적인 도피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줄 사람은 나 외에도 많겠지. 파킨슨에게 맡기면 되겠군.
 세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아, 뭐. 그러지. 교회야 원래 만인을 도우니까. 아, 그렇게 주장하는 걸 들었다는 말이야. 그럼 서두르지. 조금 더 늦어지면 미사 시간이 될 테니까 그 전에 만나봐야겠지?"
 세실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몸을 돌렸다. 그리고 벽에 있는 옷걸이에서 모자를 하나 들어올렸다. 엄청나게 챙이 넓은 푸른색의 모자였다. 그리고 바 뒤로 돌아간 세실은 그곳에서 커다란 지팡이 하나를 꺼내었다. 노인들이 힘없는 다리를 의지하기 위한 종류가 아니었다. 곧고 똑바르며 묵직한 것으로서 무기로 써도 무방할 듯하며 여차하면 텐트의 기둥으로도 쓰임직한 지팡이였다.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은 세실이 두 사람 앞에 서자 율리아나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당신......?"
 세실은 빙긋 웃으며 말해 보라는 듯이 턱을 조금 내밀었다. 율리아나는 휘둥그레진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사witch예요?"
 "하! 유리 양. 당신 재수좋았어. 만일 마녀hag라고 불렀다간 당장 개구리로 만들어서 내 설거지통 속을 헤엄치게 만들 생각이었거든. 그래. 난 마법사야. 일어나시지요, 젊은이들."
 오스발은 젊은이라는 호칭에 당황하지 않았다. 마법사라는 말이 사실이면 이 겉보기에 젊고 예쁘장한 아가씨는 어쩌면 백살이 넘은 할머니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이고 맙소사. 어쩐지 이런 조그만 술집의 주인 치곤 거리의 깡패들을 제멋대로 다루더라. 하지만 율리아나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혼자말처럼 더듬거리며 말했다.
 "자, 잠깐만요. 이곳은 테리얼레이드고, 그러니까 제국의 공적 1호 하이낙스의 마짐가 본거지였고, 그리고 당신이 마법사라면......?"
 율리아나는 세실의 시선 때문에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었다. 공주의 질문이 계속되면서 세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끝내 세실은 무시무시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율리아나의 말을 받았다.
 "어쩌면 하이낙스의 제자일지도 모르며, 그의 몰락을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했을지도 모르며, 무법의 도시 속에서 주점이나 경영하며 정체를 숨겨왔을지도 모르는, 제국의 마지막 반역자일지도 모른다?"
 율리아나의 목에서 울려나온 소리는 오스발을 놀라게 만들었다. 저게 침 삼키는 소리 맞나? 오스발은 고개를 돌려 하얗게 변한 율리아나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세실을 돌아보았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음식값은 얼마죠?"
 잠시 동안 두 여자는 형언키 어려운 표정으로 오스발을 바라보았다. 오스발은 어깨를 으쓱였다.
 "전 이곳 물가는 몰라서요."
 세실은 간신히 숨을 골랐다.
 "이, 이봐. 발. 당신은 보기 드문 용감한 성격의 소유자인가, 아니면 보기 드문 얼간이인가?"
 "글쎄요. 제가 만일 <정말 그러십니까?>라고 물었다면 당신은 당장 나를 보기 드문 얼간이 쪽으로 판단하셨을 거라는 점은 짐작되는군요."
 세실은 자기 이마를 딱 소리나게 친 다음 웃음을 터뜨렸다.
 "180데리우스. 그리고 당신이 보기 드문 사내인 건 확실하군. 유리 양, 발 군에게 감사해요. 당신은 얼간이로 취급될 위험을 벗어났어. 아, 다음번 얼간이 짓을 할 때까지 말이야.
 
"어째서 그런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내가 지금 당신들을 어디로 안내하려 하고 있는 거지? 교회야. 불법 마법사가 교회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럴 리는 없지. 그럼 난 교회로부터 인정받은 적합한 마법사겠지? 그럼 하이낙스와 어떤 관계가 있을 리가 없지."
 율리아나는 가엾게도 자기 혐오에 빠져버렸다.


 테리얼레이드의 교회는 세실의 가게에서 한 10분쯤 걸리는 곳에 있었다. 교회는 테리얼레이드의 지나치게 낡은 건물과 지나치게 새것 분위기가 나는 건물 중 후자에 속하는 모습이었다. 율리아나는 건물이 깨끗해 보인다고 말했지만 세실은 씩 웃었다.
 "아, 얼마 전에 웬 주정뱅이가 불을 질렀거든. 그래서 새로 만든 건물이야."
 "예? 교, 교회에 불을 지, 질러요?"
 "뭐가 이상해? 주정뱅이가 들어오도록 허락해 주는 곳이 교회밖에 어디 있어? 그러니까 예배당에서 자다가 불을 질러버린 거지. 그녀석은 교회에서 타 죽었으니 직통으로 천국에 갔을 거야."
 율리아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세실은 지팡이 끝으로 교회의 문을 밀어젖히며 안쪽으로 들어섰고 두 사람도 그 뒤를 따라들어갔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천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세실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파킨슨! 파ㅡ킨슨!"
 오스발은 천장의 들보(칸과 칸 사이에 두 기둥을 건너질러 도리와는 'ㄴ'자 모양, 마룻대와는 '十'자 모양을 이루는 나무)에 앉아 망치질을 하고 있는 중년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남자는 아래를 향해 말했다.
 "아아. 세실? 잠깐 기다리시오. 곧 내려가겠습니다."
 오스발은 사다리가 어디 있나 살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천장으로부터 밧줄이 떨어져내렸다. 망치질을 하던 남자는 익숙한 동작으로 밧줄에 매달린 다음 빠른 속력으로 아래로 내려왔다. 세실은 웃으며 말했다.
 "신부야, 곡예사야?"
 "사다리가 있었는데 어떤 벼락 맞을 형제가 훔쳐가서 말이오. 하하. 이 짓도 익숙해지니 할 만하군요."
 세 사람 앞에 선 테리얼레이드의 신부는 머리에 백발이 희끗희끗하지만 키는 크고 강단(굳세고 꿋꿋하게 견디어 내는 힘)이 있어뵈는 모습이었다. 혁대에 망치를 꽂고 소맷자락을 걷어올린 모습이긴 했지만, 파킨슨 신부는 인자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맞이했다.
 "아아, 주님의 집을 찾아드신 형제 자매님들께 큰 실례로군요. 건물을 새로 지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손질할 곳이 많거든.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이오."
 세실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도시의 빌어먹을 깡패놈들에겐 새 교회 같은 건 아까워. 도대체 펠라론으로부터 어떻게 건축 자금을 타내었나? 법황이 몸소 오더라도 이 도시를 계도할 수는 없어, 이 친구야."
 파킨슨 신부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실 자매님. 내 입도 온화하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부디 그런 불경한 말은 좀 삼가주시오. 다른 곳도 아닌 신선한 교회 안이란 말이오."
 "내 입은 분위기를 잘 타지 않거든. 어쨌든 소개하지. 이 사람들은 발과 유리고,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모습으로 내 가게에 들어와서는 교회의 도움을 바란다고 하기에 여기로 데려왔으니까 이야기 나눠."
 모든 용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버린 세실은 율리아나와 오스발이 뭐라고 인사를 하기도 전에 휙 나가버렸다. 문을 닫고나서는 세실의 뒷모습을 향해 파킨슨 신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보였다.
 "원 참, 바람 같은 분이로고. 하긴 바람의 도시에 바람의 마법사면 어울리긴 하지."
 그리고 파킨슨 신부는 고개를 돌려 율리아나와 오스발을 바라보았다.
 "자, 저 바람의 마법사가 바람처럼 해치워버린 소개도 소개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하지요. 이 만남을 인도하신 주님을 찬양할진저. 테리얼레이드 교회의 파킨슨 신부올시다."
  "주님을 찬양할진저. 유리입니다."
 "발입니다. 어, 주님을...... 예? 아, 찬양할진저."
 오스발은 율리아나 공주의 귓속말을 들어가며 인사를 마칠 수 있었다. 파킨슨 신부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시작해 볼까요."
 "예?"
 "두 사람 모두 보통에서 크게 벌어나지 않은 체격이군요. 퍽 다행입니다."
 "예?"
 "아아. 마침 결혼 예복 중에 불타지 않은 것이 몇 벌 있습니다. 두 분께 잘 맞겠군요. 뭐 예복이 없어도 결혼 서약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입는 편이 좋잖습니까. 절 따라오십시오."
 오스발은 세번째로 <예?>라고 말하는 대신 당황하여 입을 뻐끔거렸지만, 율리아나 공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죠?"
 파킨슨 신부는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정도야 머리 위로 결혼 서약 천사의 나팔 소리가 울려퍼지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만큼 간단한 것이죠. 어쨌든 여러 분의 눈앞에 있는 이 작자는 이 바람의 도시에서 10여 년 동안이나 신부 노릇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두 분은 절대 테리얼레이드의 주민은 아니군요. 여행자의 복장을 보지 않아도 두 분의 얼굴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벨입니까, 팔라레온입니까? 아, 그건 제가 상관할 바 아니죠. 어쨌든 여행, 흐음. 사랑의 도피 행각이라고 할까요? 바람의 도시 테리얼레이드로 도망친 두 남녀가 이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다른 곳도 아닌 교회를 찾는다면 목적이야 뻔한 것 아니겠습......니......아닙니까?"
 파킨슨 신부는 배를 잡고 웃어대는 율리아나 공주와 난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오스발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신부를 향해 노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퍽 인상적인 추리셨습니다만, 아닙니다. 신부님."
 "아아, 선입견과 헛된 추측을 벌하시는 주님이여. 이 미욱한 놈을 용서하소서. 죄송합니다. 그럼 두 분은 무슨 용무로?"
 간신히 웃음을 멈춘 율리아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하아, 하아. 저, 예. 그러니까 저희는 교회의 가호를 얻고자 이 성스러운 곳을 찾았습니다."
 "두려움을 버리고 말씀하십시오. 말씀하신 대로 이곳은 교회입니다."
 "예. 먼저 제 이름을 조금 전 소개된 이름과 다르다는 사실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파킨슨 신부는 이 무법 도시에서 신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답게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그는 선선히 웃으며 말해 보라는 몸짓을 했고 율리아나는 침을 삼키고서 말했다.
 "제 원래 이름은 딜비움 그랜다이 레보라 아크 리 바레린 길리데아 율리아나 카밀카르. 카밀카르 왕국의 공주입니다."
 순간 오스발은 고개를 조금 갸웃했다. 파킨슨 신부의 눈에서 어떤 번득임 같은 것이 지나쳤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본 신부의 얼굴엔 놀라움만이 떠올라 있었고, 그래서 오스발은 자신이 착각했겠거니 생각했다. 파킨슨 신부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탈출하신 겁니까?"
 율리아나 공주는 크게 놀라며 말했다.
 "제가 납치당한 것을 알고 계셨어요?"
 "물론입니다. 법황의 눈은 탄젤론의 미궁에서도 신의 자녀를 바라보고 계시며, 법황의 손은 사무이다크의 고원에서도 신의 자녀를 끌어올리는 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자랑을 할 때가 아니군요. 공주님께 베풀어진 신의 크나큰 은혜를 본다면 말입니다. 오오, 공주님. 도대체 어떻게 키 드레이번의 손아귀에서 탈출하신 겁니까?"
 잠시 종교계의 발넓음에 경탄하던 율리아나는 더듬거리며 자신의 탈출 과정을 설명했고 이번에는 파킨슨 신부가 감탄을 연발했다. 파킨슨 신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떤 바람도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다는 미노 만의 안개 덕분에 탈출에 성공하신 것이로군요. 주님의 은혜에 감읍(감격하여 목메어 욺)할 따름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라 대드래곤의 은혜인데요.>라는 말이 혀를 간지럽게 했지만 율리아나는 간신히 말을 삼켰다. 파킨슨 신부는 자신의 이마를 딱 치며 말했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테리얼레이드에 살다 보니 예법이고 뭐고 다 잊어먹었군요. 들어오시지요. 차라도 하시면서 귀향길에 대해 의논해 보도록 하시지요. 아, 귀향길. 음. 그런데 공주님께서는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어디라니오?"
 "어, 그러니까 고국 카밀카르로 돌아가실 생각이신지 아니면 필마온 기사단으로 가실 생각이신지를 여쭙고 있는 것입니다."
 "아, 예...... 따져보자면 저는 혼사길에서 봉변을 당한 어린 신부이고, 따라서 시댁보다는 본가로 달려가고 싶을 거예요, 아마. 이 경우 보통이라는 말은 쓸 수 없겠지만, 보통 그렇게들 하잖나요?"
 어느덧 공주의 어법에 익숙해져 버린 오스발은 별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파킨슨 신부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율리아나는 생긋 미소 지었다.
 "카밀카르로 가야겠지요. 저는 카밀카르의 배에 타고 있던 시점에서 납치당했으니까요. 항해중인 선박은 그 소속 국가의 영토와 마찬가지인 점은 아시겠지요?"
 율리아나 공주가 너무나 당연해서 별로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은 파킨슨 신부에게나 오스발 모두에게 불행이었다. 두 사람은 그런 사실을 도통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파킨슨 신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따.
 "아, 예. 잘 알겠습니다. 자, 이리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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