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먼저 모든 배들은 돛을 내리고 정선할 것을 명령했다. 선단이 완전히 정지한 다음, 키는 선장들을 자유호로 소환하여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을 짤막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정을 이해한 선장들은 자신들이 마법에 걸렸다는 것에 치를 떨었고, 칸나의 경우는 점잖은 태도로 오스발을 요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돌탄 선장은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하리야 선장에게 사과했다.
"어, 차네 성천 때문에 살았쿤. 놀려탠 커 사콰하네."
"성전 때문이 아니라 신의 도움 덕분일세. 돌탄 선장."
하리야 선장은 이렇게 말하며 품 안에 있는 성전을 쓸어내렸다. 창백해진 얼굴로 안개를 바라보던 자유호의 1등 항해사 식스는 키에게 말했다.
"도대체 누가 마법을 건 것일까요? 그리고 이제는 괜찮은 걸까요?"
둘 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고, 그래서 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찌푸린 눈으로 안개를 쏘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레보스호에서 건너온 라이온이 불쑥 입을 열었다.
"대드래곤 라오코네스입니까?"
식스를 제외한 다른 선장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고, 키는 매서운 눈으로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일 뿐 태연한 태도로 말했다.
"뭐, 레보스호에 실려 있던 『제국백과사전』과 라스 법무대신의 도움을 받아 조금 조사해 본 바가 있습니다."
"왜 그런 조사를 했지?"
"저도 뱃놈이고, 이곳 미노 만이 대드래곤의 성지라고 불리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조사해 보니 그건 별명 같은 것이 아니더군요. 쳇. 말 그대로더라구요. 대드래곤의 이름은 라오코네스, 800년 쯤 전에 이곳을 자신의 영토로 삼았다던데요?"
"아니, 그럼 이곳에 정말 드래곤이......?"
킬리 선장이 경악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무시하며 키는 라이온을 노려보았다.
"말투가 곱지 못하군."
라이온은 히죽 웃었다.
"저란 놈이 원래 그런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뭐, 그래도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우리들을 드래곤의 아가리로 끌고왔냐고 지랄을 떠는 것보다야 보기에 낫지 않습니까?"
키보다 식스가 먼저 노해 버렸다.
"라이온 임시 선장! 지금 그게 무슨 말투인가. 지금 선장님을 힐난하는 건가?"
그러나 키는 손을 들어 식스를 제지하고는 라이온에게 말했다.
"그래. 너는 원래 그렇지. 그리고 조급하고."
라이온은 멀뚱한 얼굴로 키를 보았다. 키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네 말은 다 맞다만 충분하지는 않다. 돌아가서 카밀카르의 법무대신과 함께 백과사전을 뒤져봐라.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말이다."
"예?"
"말하지 않았나.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조사해 보라고."
카밀카르의 법무대신이자 현재는 노스윈드의 포로 신세인 라스 카밀카르는 의자에서 반쯤 일어선 채 얼어붙은 표정으로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라이온은 멀뚱한 얼굴로 라스를 마주보다가 말했다.
"괴이한 표정입니다. 예, 좋아요. 입술을 조금만 더 뒤집으시고, 음. 코를 약간 더 격렬하게 벌름거리시면 완벽하겠습니다. 아, 훌륭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 최악의 얼굴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군요. 소감 한 마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지금, 어, 어떻게 농담을 하는 거요?"
"저야 사정을 모르니 왜 놀라야 되는지도 모르지요. 설명해주시면 저도 비슷한 표정을 짓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뭡니까?"
라스는 라이온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맙소사, 이건 안 돼...... 말도 안 돼. 그 자가 어찌 감히......"
라이온은 슈마허를 향해 얼굴을 돌렸고, 슈마허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라스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로드 라스. 왜 그러십니까?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데 그러십니까?"
"그걸 모른단 말이오? 서 슈마허 당신이나 라이온,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얼간이군, 그래!"
졸지에 동격이 되어버린 슈마허와 라이온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다가 함께 라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라스는 흐느끼듯이 말했다.
"옛이야기 그대로요. 서 슈마허. 어린 시절 할머니나 할아버지께 이야기를 졸라대던 시절을 떠올려보시오. 못된 드래곤이 나오는 이야기, 용감한 기사가 등장하여 드래곤을 물리치는. 그래, 그 멋지고 잘났다는 기사는 도대체 왜 드래곤을 물리친답니까? 서 슈마허, 서 슈마허. 모르시겠소?"
슈마허는 얼떨떨함 반, 한심함 반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옛이야기라니. 그러니까 못된 드래곤은 아름다운 처녀를 잡아먹으려, 먹으려, 먹으려......!"
슈마허는 말끝을 아주 이상하게 마무리하고는 조금 전 라스가 구사하던 표정을 똑같이 흉내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종의 새로운 전염병은 아닌가 의심하며 라스와 슈마허를 번갈아 바라보던 라이온은 자신의 이마를 딱 쳤다.
"아, 그렇다면 율리아나 공주를 대드래곤에게? 아름다운 처녀를 잡아먹는, 아아! 어, 그런데?"
라이온은 갑자기 미심쩍은 얼굴로 라스를 보다가 은근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공주가 처녀였습니까?"
라이온은 슈마허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죄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온은 슈마허에게 쥐어박혀서 퍼렇게 멍든 눈두덩이를 쓰다듬으며 속으로만 낑낑거렸다.
키 드레이번이 율리아나 공주를 대드래곤 라오코네스에게 제물로서 바칠 생각이라는 것을 라이온이 간파해 낸 것은 정오 조금 전이었고, 그 이야기가 노스윈드의 선단 전체로 퍼져나간 것은 정오 조금 후였다. 하나의 선단 내에서 소문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점심 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해적들은 재빠르게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점심 식사가 끝날 무렵이 되자 노잡이 노예들마저도 그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점심 시간 직후 레보스호를 방문한 식스를 향해, 라이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합리적이군요? 공주와 보물을 동시에 챙긴 다음, 보물을 팔기 위해 테리얼레이드로 향하고, 공주는 그 중간의 미노 만을 통과하기 위해 이용한다. 그래서 오닉스가 그 난리를 치는데도 율리아나 공주를 태운 것이군. 쳇. 늙은 선장은 수평선 너머도 내다볼 수 있다지만, 키 선장은 도대체 얼마나 내다보는 거지요?"
식스는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키 선장님은 그런 분이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그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네. 우리들의 목적 때문에 고귀하면서도 무력한 것을 희생시키는 모양이란 말이야."
"그래도 슈마허만 하려고요. 이 눈이 이 모양이 된 것이 누구 때문인 것 같습니까? 발광을 하기에 두들겨팬 다음 방안에 가둬놓았습니다. 미노 만을 무사 통과할 때까진 아무것도 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음. 그렇잖아도 그 말 전하러 건너왔네. 아무쪼록 잘 감시하
"어, 차네 성천 때문에 살았쿤. 놀려탠 커 사콰하네."
"성전 때문이 아니라 신의 도움 덕분일세. 돌탄 선장."
하리야 선장은 이렇게 말하며 품 안에 있는 성전을 쓸어내렸다. 창백해진 얼굴로 안개를 바라보던 자유호의 1등 항해사 식스는 키에게 말했다.
"도대체 누가 마법을 건 것일까요? 그리고 이제는 괜찮은 걸까요?"
둘 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었고, 그래서 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찌푸린 눈으로 안개를 쏘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레보스호에서 건너온 라이온이 불쑥 입을 열었다.
"대드래곤 라오코네스입니까?"
식스를 제외한 다른 선장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고, 키는 매서운 눈으로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일 뿐 태연한 태도로 말했다.
"뭐, 레보스호에 실려 있던 『제국백과사전』과 라스 법무대신의 도움을 받아 조금 조사해 본 바가 있습니다."
"왜 그런 조사를 했지?"
"저도 뱃놈이고, 이곳 미노 만이 대드래곤의 성지라고 불리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조사해 보니 그건 별명 같은 것이 아니더군요. 쳇. 말 그대로더라구요. 대드래곤의 이름은 라오코네스, 800년 쯤 전에 이곳을 자신의 영토로 삼았다던데요?"
"아니, 그럼 이곳에 정말 드래곤이......?"
킬리 선장이 경악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무시하며 키는 라이온을 노려보았다.
"말투가 곱지 못하군."
라이온은 히죽 웃었다.
"저란 놈이 원래 그런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뭐, 그래도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우리들을 드래곤의 아가리로 끌고왔냐고 지랄을 떠는 것보다야 보기에 낫지 않습니까?"
키보다 식스가 먼저 노해 버렸다.
"라이온 임시 선장! 지금 그게 무슨 말투인가. 지금 선장님을 힐난하는 건가?"
그러나 키는 손을 들어 식스를 제지하고는 라이온에게 말했다.
"그래. 너는 원래 그렇지. 그리고 조급하고."
라이온은 멀뚱한 얼굴로 키를 보았다. 키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네 말은 다 맞다만 충분하지는 않다. 돌아가서 카밀카르의 법무대신과 함께 백과사전을 뒤져봐라.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말이다."
"예?"
"말하지 않았나.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조사해 보라고."
카밀카르의 법무대신이자 현재는 노스윈드의 포로 신세인 라스 카밀카르는 의자에서 반쯤 일어선 채 얼어붙은 표정으로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라이온은 멀뚱한 얼굴로 라스를 마주보다가 말했다.
"괴이한 표정입니다. 예, 좋아요. 입술을 조금만 더 뒤집으시고, 음. 코를 약간 더 격렬하게 벌름거리시면 완벽하겠습니다. 아, 훌륭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 최악의 얼굴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군요. 소감 한 마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지금, 어, 어떻게 농담을 하는 거요?"
"저야 사정을 모르니 왜 놀라야 되는지도 모르지요. 설명해주시면 저도 비슷한 표정을 짓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뭡니까?"
라스는 라이온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맙소사, 이건 안 돼...... 말도 안 돼. 그 자가 어찌 감히......"
라이온은 슈마허를 향해 얼굴을 돌렸고, 슈마허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라스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로드 라스. 왜 그러십니까?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데 그러십니까?"
"그걸 모른단 말이오? 서 슈마허 당신이나 라이온,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얼간이군, 그래!"
졸지에 동격이 되어버린 슈마허와 라이온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다가 함께 라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라스는 흐느끼듯이 말했다.
"옛이야기 그대로요. 서 슈마허. 어린 시절 할머니나 할아버지께 이야기를 졸라대던 시절을 떠올려보시오. 못된 드래곤이 나오는 이야기, 용감한 기사가 등장하여 드래곤을 물리치는. 그래, 그 멋지고 잘났다는 기사는 도대체 왜 드래곤을 물리친답니까? 서 슈마허, 서 슈마허. 모르시겠소?"
슈마허는 얼떨떨함 반, 한심함 반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옛이야기라니. 그러니까 못된 드래곤은 아름다운 처녀를 잡아먹으려, 먹으려, 먹으려......!"
슈마허는 말끝을 아주 이상하게 마무리하고는 조금 전 라스가 구사하던 표정을 똑같이 흉내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종의 새로운 전염병은 아닌가 의심하며 라스와 슈마허를 번갈아 바라보던 라이온은 자신의 이마를 딱 쳤다.
"아, 그렇다면 율리아나 공주를 대드래곤에게? 아름다운 처녀를 잡아먹는, 아아! 어, 그런데?"
라이온은 갑자기 미심쩍은 얼굴로 라스를 보다가 은근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공주가 처녀였습니까?"
라이온은 슈마허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죄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온은 슈마허에게 쥐어박혀서 퍼렇게 멍든 눈두덩이를 쓰다듬으며 속으로만 낑낑거렸다.
키 드레이번이 율리아나 공주를 대드래곤 라오코네스에게 제물로서 바칠 생각이라는 것을 라이온이 간파해 낸 것은 정오 조금 전이었고, 그 이야기가 노스윈드의 선단 전체로 퍼져나간 것은 정오 조금 후였다. 하나의 선단 내에서 소문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점심 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해적들은 재빠르게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점심 식사가 끝날 무렵이 되자 노잡이 노예들마저도 그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점심 시간 직후 레보스호를 방문한 식스를 향해, 라이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합리적이군요? 공주와 보물을 동시에 챙긴 다음, 보물을 팔기 위해 테리얼레이드로 향하고, 공주는 그 중간의 미노 만을 통과하기 위해 이용한다. 그래서 오닉스가 그 난리를 치는데도 율리아나 공주를 태운 것이군. 쳇. 늙은 선장은 수평선 너머도 내다볼 수 있다지만, 키 선장은 도대체 얼마나 내다보는 거지요?"
식스는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키 선장님은 그런 분이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그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네. 우리들의 목적 때문에 고귀하면서도 무력한 것을 희생시키는 모양이란 말이야."
"그래도 슈마허만 하려고요. 이 눈이 이 모양이 된 것이 누구 때문인 것 같습니까? 발광을 하기에 두들겨팬 다음 방안에 가둬놓았습니다. 미노 만을 무사 통과할 때까진 아무것도 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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