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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공의 경계 上 pp 28~46

 그것은 도심에서 떨어진, 주택지라고도 공장지대라고도 할 수 없는 뭔가 어중간한 주소였다.

 아니, 아오자키 토우코의 거처는, 집이 아니었다.

 요컨대 폐허였다.
 그것도 그냥 폐허가 아니다. 수 년 전 경기가 좋을 때 공사가 시작되었다가, 경기가 나빠지자 도주에 방치된 진짜 폐빌딩. 우선 건물로서의 모양은 완성되어 있지만, 내부장식은 전혀 없이 벽도 마루도 소재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
 완성했더라면 6층 건물이 되었을 텐데, 4층부터 그 위는 없다. ......높은 건물은 제일 위층부터 만드는 편이 효율이 좋은데, 이 빌딩은 옛날방식으로 건설했던 것 같다. 공사가 도중에 방치되었기 때문에, 다 만들어 가던 5층 플로어가 옥상처럼 되어 버렸다.
 빌딩 부지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여 있긴 했지만, 침입하기는 용이했다. 이웃 아이들이 비밀기지로 삼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할 만큼, 그저 수상할 따름인 건물이다.
 어쨌든 살 사람이 나서지 않아 방치된 빌딩을 아오자키 토우코가 사버린 모양이다.
 지금 이렇게 커피를 끓이는 주방 같은 방은 빌딩의 4층에 위치해 있다. 2층과 3층은 토우코 씨의 작업장이어서, 대체로 나는 이 4층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게 되어 있다.
 ...... 앗, 본론으로 돌아가자.
 결국 그 후, 나는 토우코 씨를 만나,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대학을 그만두고 여기서 일하게 되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월급은 꼬박꼬박 나온다.
 토우코 씨의 말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2계통 2속성이 있어, 만드는 자와 찾는 자, 사용하는 자와 부수는 자로 나눠진다고 한다.
 미키야에게는 만드는 자로서의 재능은 없어ㅡ, 하고 분명히 말했으면서, 토우코 씨는 어떤 이유에선지 나를 고용해주었다. 찾는 자로서는 재능이 있다던가 뭐라던가.
 "ㅡ늦다, 고쿠토."
 옆방에서 그런 재촉이 들려온다.
 돌아보니, 커피 메이커에는 이미 검디검은 액체가 가득 차있었다.


 "어제로 여덟 명 째래. 세상 사람들도 슬슬 관련성을 깨달을 때가 됐는데."
 거의 다 피운 담배를 비벼 끄면서 토우코 씨는 갑자기 말을 꺼냈다.
 최근 들어 연속으로 일어나는 여고생들의 투신자살 이야기일 것이다. 올 여름은 단수가 되는 우울한 날도 없고, 토우코 씨가 좋아하는 빛마한 화제라고 하면 그것밖에 없다.
 "여덟 명 째......? 어, 여섯 명 아닌가요?"
 "네가 넋 놓고 있는 동안 늘어났어. 6월부터 시작해서 매달 평균 세 사람인가. 앞으로 사흘 이내에 한 명이 더 나올 거야."
 조심스럽지 못한 이야기를 토우코 씨는 입에 담는다. 흘깃 달력을 보았더니, 8월은 앞으로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 3일......?
 뭔가, 거기에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의문은 이내 의식의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그러나 관련성은 없다고 하던데요. 자살한 아이들은 모두 학교도 다르고, 서로 교유관계도 없었대요. 경찰이 정보를 은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삐딱한 소리 하네. 고쿠토 답지 않은 걸, 무턱대고 타인을 의심하다니."
 야유하듯이 토우코 씨의 입술 끝이 치켜 올라갔다. 안경을 벗고 있으면 이 사람은 한없이 심술궂어진다.
 "...... 하지만 유서가 공개되지 않았잖아요. 여섯 명, 아니 여덟 명인가요? 그만한 숫자라면 한 명쯤은 유언 같은 것을 공개해도 좋을 텐데, 그걸 숨기기만 하고 있다. 이건 은폐가 아닐까요?"
 "그러니까, 그게 관련성이야. 아니 공통점이라고 하는 게 옳을까? 여덟 명 중 반 이상은 사망자 스스로 뛰어내리는 현장이 복수의 사람들에게 목격됐고, 그녀들의 사생활에는 아무런 문제도 떠오르지 않았어. 마약을 했다거나, 수상한 종교에 빠진 적도 없다고. 극히 개인적인, 자기 자신 그 자체에 불안을 품고 돌발적인 자살을 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그러니 남기고 싶은 말이 없을 것이고, 경찰도 그 공통점을 중요시하고 있지 않은 것일 거야."
 "...... 유서는 공개되지 않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는 건가요?"
 반신반의하며 말하자, 토우코 씨는 단정은 할 수 없지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까.
 거기에는 뭔가 모순이 있다. 커피잔을 들고, 그 쓴맛을 음미하면서 생각을 더 해보았다.
 유서가 없는 것은 왜일까. 유서 없이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
 유서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련이다.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자살할 때 그 이유로서 남겨놓는 것, 그것이 유서일 것이다.
 유서가 없는 자살.
 유서를 쓸 필요가 없다. 그것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아무런 의견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지겠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완전한 자살이다. 완전한 자살이라면 유서 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그 죽음조차 밝혀지지 않는 것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투신은 완전한 자살이 아니다.
 남들 눈에 띄는 죽음, 그것이야말로 유서와 같은 것이다. 남기고 싶은 것, 밝히고 싶은 일이 있어서 하는 행위가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유언은 준비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인가. 그래도 유언 같은 것은 흔적조차 없다고 한다면ㅡ제 3자가 그녀들의 유서를 가지고 갔는가. 아니, 그러면 자살이 아니게 된다.
 그럼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
 요컨대 문자 그대로 그것은 사고가 아닐까.
 그녀들은 처음부터 죽을 생각 따윈 없었다. 그렇다면 유서를 쓸 필요가 없다. 잠깐 뭘 좀 사러 나왔다가 운 나쁘게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젯밤, 시키가 불쑥 내뱉었듯이.
 ...... 그러나, 잠깐 뭘 사러 나왔다가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이유를, 나는 짐작할 수 없었다.
 "미키야, 투신은 여덟 명으로 끝이야. 앞으로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 거야."
 폭주하고 있떤 사고를 가로 막으며, 시키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끝이란 걸, 알아?"
 시키는 응, 하고 먼 산을 보면서 끄덕였다.
 "보고 왔으니까. 날고 있는 사람은 여덟 명이었어."
 "우와, 그 빌딩에 그만큼 있었던 거야? 시키는 처음부터 사람 수를 알고 있었구나."
 "응. 그 녀석은 처치했지만, 그 여자들은 한동안 남아 있을거라 생각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야.
 ㅡ토우코. 어설프게 날려고 하면 인간이란 것은 그런 말로를 맞이하게 되는 걸까?"
 "글쎄. 개인차가 있으니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과거, 인간의 힘으로만 비행을 시도하여 성공한 자는 없어. 비행이라는 말과 추락이라는 말은 연결되어 있지. 하지만 하늘에 홀린 사람들일수록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어. 그 결과, 죽은 후에도 구름 위를 향해 비행하게 되는 거지. 지상에 떨어지는게 아니라 하늘로 떨어지듯이."
 시키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시키는 화가 나 있다. 그런데, 무엇에?
 "저, 죄송합니다. 이야기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응? 아니, 예의 후조 빌딩 유령 이야기야. 물론 그것이 실체였는지 단순한 이미지였는지는 실물을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지만 말이야. 시간나면 보러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키가 죽여 버렸으니 확인할 도리가 없네."
 ......아, 역시 그쪽 이야기인가.
 안경을 벗은 토우코 씨와 시키가 만나면 대체로 이런 오컬트한 이야기를 나눈다.
 "시키가 후조 빌딩 옥상에 떠 있는 소녀를 보았다는 이야긴 들었겠지? 그 이야기에는 다음 편이 있는데 말이야, 소녀 주위에는 인형 같은 것이 정신없이 날고 있었다고 해. 후조 빌딩에서 떠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곳이 그물이 되어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야."
 이야기의 기발함과 난해함은 점점 그 농도가 짙어져 곤혹스러웠다.
 그런 나의 안색을 살폈는지, 토우코 씨는 간결하게 정리해 주었다.
 "후조 빌딩에는 한 명의 떠다니는 인간이 있고, 그 주위에는 투신자살자가 되어버린 소녀들의 모습이 있었다. 이 소녀들은 유령 같은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다, 간단하지?"
 아하, 하고 일단 끄덕였다.
 괴담의 요점은 알았지만, 결국 이번에도 나는 일이 끝난 후에야 상관하고 있는 것 같다. 시키의 아까 대사로 보아, 그 유령이라는 것은 시키 본인이 처치해버렸다는 것인가.
 토우코 씨와 시키를 만나게 한 지 2개월.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결론만 듣는 입장에 있었다.
 두 사람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나로서는 그런 류의 이야기에는 상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무시당하는 것도 뭔가 재미 없으므로, 이 어중간한 입장이 딱 좋다고 생각한다. 세간에서는 이런 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던가.


 "뭐랄까, 듣고보니 삼류소설 같군요."
 그렇지, 하고 토우코 씨는 동의했다.
 시키만 점점 시선에 노기를 띠며, 곁눈질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
 뭔가 시키를 화내게 할 만한 일을 한 것일까, 나는.
 "어라? 그러나 시키가 처음에 유령을 본 것은 7월초였지? 그럼 그 무렵의 후조 빌딩에 있던 것은 네 명이었나?"
 확인을 위해 당연한 것을 물어보자, 시키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여덟 명. 처음부터 날고 있는 것은 여덟 개였어. 말했지, 여덟 명 이상의 투신은 없을 거라고. 놈들의 경우에는 순서가 반대라니까."
 "그 말은 처음부터 여덟 명의 유령이 보였다는 거야? 언젠가 그 미래를 보는 아이처럼?"
 "설마. 나는 정상이야. 그곳의 공기가 이상할 뿐이지. 그래, 열탕과 냉탕이 딱 마주 하고 있는 느낌으로 이상했어. 그러니까......"
 애매한 시키의 말끝을 토우코 씨가 바로 이어 받는다.
 "그러니까 그곳은 시간이 뒤엉켜 있는 거다. 시간의 경과는 한 종류가 아니야. 쇠퇴할 때까지의 거리는 그야말로 모두 달라.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한 개체와 그 한 개체가 갖고 있는 기억에도, 쇠퇴해가는 시간의 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 사람이 죽으면 그 자의 기록은 사라질까, 사라지지 않을까? 관측자가 남아 있는 한, 모든 것은 갑자기 무로 소실하는 것이 아니야. 무로 옅어져 가는 거지.
 사람의 기억, 아니 기록인가. 그 관측자가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환경이었을 경우, 그녀들 같은 특이한 부류는 사후에도 환상으로서 거리를 활보한다. 유령이라고 불리는 현상의 일부가 이거지. 이 환상을 보게 되는 사람은 그 기록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자......즉, 죽은 인물의 친구나 가족이 되지. 시키는 예외지만 말이야.
 뭐, 그런 『기록만의 시간 경과』가 있지만, 그 빌딩 옥상은 그것이 늦어. 그녀들 생전의 기록이 아직 본래의 그녀들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그 결과, 추억만이 아직 살아 있는 거야.
 그곳에 환상으로서 비치고 있는 것은 아주 늦게 지나가고 있는 소녀들의 행동과 현실인 거지."
 
토우코 씨는 거기서 몇 개비 째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요컨대 뭔가 없어져도 그 뭔가에 대해서 누군가 기억하고 있는 한 그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며,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살아 있는 것이라면 눈에 보인다는 것인가.
 그건 마치 환각같다. ㅡ아니, 토우코 씨 보닝ㄴ이 마지막으로 『환상』이라고 정리한 것은, 역시 원래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론은 됐어, 그런 건 해가 되지 않으니까. 문제는 그 녀석이잖아. 그때 반응은 확실히 있었지만, 그 실체가 존재한다면 또 반복이 될 거야. 미키야를 보호하는 것은 난 이제 사절이야."
 "동감이야. 후조 기리에의 뒤처리는 내가 할게. 너는 고쿠토를 데려다 줘. 고쿠토의 퇴근시간까지 다섯 시간은 남았어. 자려면 저기 마루에서라도 자고."
 토우코 씨가 가리킨 마루는 최근 반 년 간 한 번도 청소를 한 적이 없어서, 종이 쓰레기가 쌓인 소각로 속 같은 곳이었다.
 시키는 당연히 그것을 무시한다.
 "그래서. 결국 그 녀석은 뭐였던 거야?"
 담배를 문 마술사는, 흐음, 하고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발소리도 없이 창가로 다가갔다.
 그곳에서 바깥을 내다본다.
 이 방에는 전등이 없다. 실내는 바깥의 햇살만 들어와서 낮인지 해질녘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창밖은 확실하게 낮. 한여름 정오의 길거리를 토우코 씨는 한참동안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전에는 그녀도 비행 부류였을 거야."
 담배 연기가 하얀 햇살에 동화되어 간다.
 창밖의 경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등.
 희뿌연 신기루 같다.
 "고쿠토.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뭘 연상시킨다고 생각해?"
 갑작스런 질문에 멍하던 의식이 되돌아왔다.
 높은 곳이라면 어릴 때 도코 타워에 올라간 것뿐이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우리집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정도뿐.
 "......저, 작다, 입니까?"
 "그건 좀 핵심에서 빗나갔어, 고쿠토."
 ......쌀쌀맞은 반론이 되돌아왔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것을 연상해 본다.
 "......글쎄요. 연상되는 것은 별로 없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에는 뭔가 압도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아까보다 본심으로 한 대답이었기 때문일까, 토우코 씨는 응, 하고 작게 끄덕였다.
 그리고 역시 시선은 창밖을 향한 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장관이야. 별 것 아닌 풍경조차 멋있게 느껴져. 하지만 말이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한 눈에 내려다보았을 때 느끼는 것은 그런 충동이 아냐. 부감의 시계에서 얻는 충동은 단 한 가지ㅡ."
 충동, 이라고 말하며, 토우코 씨는 잠깐 말을 끊었다.
 충동은 이성과 지성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다.
 충동이란 감상처럼 자신의 내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측에서 덮쳐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본인이 그것을 거부하려 해도, 느닷없이 덮치는 폭력 같은 인식. 그것을 우리는 충동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부감의 시계가 초래하는 폭력이란 무엇인가ㅡ.
 "그건 '멀다'야. 너무 넓은 시계는 오히려 세계와의 격차를 뚜렷하게 만들어 버리지.
 인간은 기껏해야 자기 주변에 있는 것들에밖에 안심하지 못해. 굉장히 정교한 지도가 있어서 자신이 어디어디의 어디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그런 것은 단순한 지식에 지나지 않겠지?
 우리에게 있어 세계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주위에 지나지 않아. 뇌가 인정하는 지구의, 나라의, 거리의, 연결부라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지 못해. 그 연결부에 가지 않고서는 말이야.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인식 방법에 잘못은 없어.
 하지만 너무 넓은 시계를 가져버리면, 거기에 틈이 생겨 버려. 자신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방 십 미터의 공간과 자신이 내려다보고 있는 사방 십 킬로미터의 공간. 그 어느 쪽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인데, 보다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자 쪽이지.
 봐, 여기서도 벌써 모순이 생겨났지? 자신이 체감할 수 있는 좁은 세계보다 자신이 보고 있는 넓은 세계 족을 『살고 있는 세계』로 인식하는 것이 본래 옳아. 하지만, 도저히 이 넓은 세계에 자신이 있다는 실감이 생기지 않아.
 왜냐고? 그것은 실감이 항상 주위에서 얻어지는 정보에 우선하기 때문이지. 여기에 지식으로서의 이성과 경험으로서의 실감이 마찰하여, 이윽고 어느 쪽인가가 닳아서 의식의 혼란이 시작되는 거야.
 ㅡ여기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얼마나 작은지. 저곳에 우리 집이 있다니 상상할 수 없지. 저 공원이 저런 모양을 하고 있었나. 저런 곳에 저런 건물이 있을 줄은 몰랐어. 이것은 전혀 낯선 도시다. 뭔가, 아주 먼 곳까지 와버린 것 같다ㅡ너무 높은 시점은 그런 실감이 솟구치게 해. 먼 곳이고 뭐고, 지금도 본인은 그 거리의 일부에 멀쩡하게 서 있는데 말이야."
 높은 곳은 먼 곳이다. 그것은 거리적으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토우코 씨가 이야기하는 것은 정신적인 것일 게다.
 "요컨대 높은 곳에서 사물을 계속해서 내려다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입니까?"
 "도가 지나치면 그렇지. 옛날에는, 하늘은 다른 세계라고 인식되어 있었어. 난다고 하는 것은, 즉 다른 세계로 간다고 하는 거지. 문명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다른 의식에 금방 물들어 버려. 문자 그대로 정상적인 의식이 미쳐버리는 거야. 가장 정상적인 인식의 프로텍트를 갖고 있다면 그리 악영향은 받지 않겠지. 확실한 기반이 있으면 문제없어. 지상으로 돌아오면 정상으로 되돌아올 거야."
 ......듣고보니, 학교 옥상에서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뛰어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기억이 났다.
 그런 것은 물론 농담이다.
 실행할 마음 따위 눈곱만치도 없지만, 그, 또렷하게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개인차가 있다고 토우코 씨는 말하지만,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떨어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그렇게 희한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건 이시적이지만, 사고가 미쳐있다는 것인가요?"
 문득 떠오른 감상을 이야기하자, 토우코 씨는 아하하하, 마른 웃음을 터트렸다.
 "금기를 꿈꾸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어, 고쿠토.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상상으로 즐긴다, 라고 하는 엄청난 자위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단지, 그래......지금의 것은 조금 가까워. 중요한 것은 그 장소에서밖에 그 장소에 관한 금기의 유혹이 오지 않는다, 하는 것일까? 지금 네가 든 예는 의식이 미쳐있는 게 아니라, 이성이 마비된 거야."
 "토우코, 이야기가 길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시키가 끼어든다. 그러고 보니 정말 원래의 화두에서 비껴나간 듯하다.
 "길지는 않아. 기승전결로 치면 이제 두 번째야."
 "나는 결론만 듣고 싶어. 너하고 미키야의 수다에 같이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시키......"
 말이 좀 심하지만, 당연한 의견이었다.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무시하고, 시키의 불평이 계속 된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럼 보통 시점이란 건 뭐야? 길을 갈 때 역시, 우리는 지면보다 높은 시점을 보고 있잖아."
 그, 트집 잡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시키의 태도와 반대로, 지금의 발언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사람의 눈은 확실히 지상에서보다 높은 위치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풍경은 부감되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키의 말에 토우코 씨는 괜찬은데, 하고 끄덕였다.
 "그러나 네가 수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면도 불확실한 각도야. 하지만 뭐, 그런 것들을 포함하더라도 통상적인 시계는 부감이라고 부르지 않아.
 시계란 안구에 잡히는 영상이 아니라, 뇌가 이해하는 영상이야. 우리의 시계는 우리의 상식에 의해 지켜지고 있으니, 자기 자신의 높이에서는 높다고 느끼지 못해. 그건 상식이기조차 하지. 거기에 높이라는 개념은 없어. 그러나 반면, 인간은 누구나 부감의 시계에서 살고 있어. 육체적인 관측으로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관측으로서. 그 개인차는 다양하지. 비대한 정신일수록 보다 높은 곳을 지향할 거야.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상자를 이탈하는 일은 없어.
 사람은 상자 속에서 생활하는 존재이고, 상자 속에서밖에 생활할 수 없는 존재야. 신의 시점을 가져서는 안 돼. 그 선을 넘으면 그런 괴물이 되는 거라구.
 환시가 타나토스로 바뀌어서, 어느 것이 어느 쪽인지 모호해져서, 결과판별을 할 수 없게 돼."
 그렇게 말하는 토우코 씨 본인도 지금은 하계를 내려다보고 있다.
 땅에 발을 짚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로 느껴졌다.
 "......"
 문득 얼마 전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ㅡ나비는 최후에는 추락해 버렸다.

 그녀는 나를 따라오려고 하지 않았다면, 더욱 우아하게 날지 않았을까.
 그래, 부유하듯이 날갯짓 했더라면 좀더 오래 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비는 부유하는 자신의 가벼움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날았다. 떠있기를 포기하고.
 거기까지 생각하다, 자신이 이렇게 시적인 인간이었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가의 토우코 씨가 바깥으로 담배를 버린다.
 "후조 빌딩의 동요는 그녀가 보고 있던 세계일지도 몰라. 시키가 느낀 공기의 차이는 상자 안과 밖을 구별하는 벽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어. 그것은 사람의 의식만이 관측할 수 있는 불연속면이야."
 토우코 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시키는 그제야 언짢은 태도가 가셨다.
 흐음, 숨을 내쉬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불연속면이라. 어느 쪽이 난류고 어느 쪽이 한류였을까, 그 녀석에게는."
 심각해 보이는 대사와 달리, 시키는 그건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었다.
 토우코 씨도 마찬가지로 관심 없는 척 하며,
 "물론 너의 반대겠지."
 하고 되받아쳤다.

 /3


 ㅡ목뼈가 삐걱거린다.

 몸이 떨리는 것은 바깥 공기가 차가운 탓일까, 마음속이 추운 탓일까.
 판별할 수 없는 그것을 무시하고 료우기 시키는 천천히 걸어갔다.
 후조 빌딩에 인기척은 없다.
 오전 2시, 뿌연 전등만이 맨션 통로를 비추고 있다.
 전등에 비춰진 크림색의 벽은 통로 끝까지 이어져 보였다. 어둠을 완벽하게 불식시킨 인공의 빛은 인간미가 없어, 불식시켜야 할 어둠보다 기분이 나빴다.
 
시키는 카드로 체크하는 현관을 그대로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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