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소설/아티펙트Artifact

아티펙트Artifact 제 1장. 믹스Mix 1/5

하얀s 2011. 6. 4. 04:59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설명드립니다. 아티펙트에서 제 1장 믹스Mix는 여러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한 마디로 1, 2, 3, 4 이렇게 나뉘어 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글들은 다시 나뉘어집니다. /1 /2 /3 /4 이렇게 말이죠. 이제 /5차례입니다. 한마디로, 믹스가 끝나려면 멀었다 이거죠.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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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라앉지 않았다. 경찰 서장의 칼처럼 해머로 내려친듯이 함몰되며 바닥으로 찌그러지지 않았다. 경찰 서장의 눈이 동그랗게 커짐과 동시에 내 발목은 바람을 집어넣는 붕선처럼 점점 부풀어올랐다. 고통이나 충격도 없이 갑자기 다리만 무중력 상태에 놓인 듯이 가벼워지더니 발목이 터져버렸다. 지독하게 붉은 살점과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뻥튀기 터지듯 방안 구석구석으로 터져나갔다. 희열로 가득찬 표정을 지은 리차드는 기뻐하며 내 왼발, 그러니까 발목부터 터져나가고 신발을 신고 있는 발을 들고 신음했다.
 "아, 아...!"
 그제서야 통증이 엄습했다. 지독하게 짜릿하고 미칠듯이 쑤셔오는 아픔이었다. 전신에 감각이 없어지며 반면에 왼쪽 정강이만 불에 데인 듯이 뜨겁게 감각이 되살아났다. 드릴로 뚫는 듯한, 그리고 그 안을 못으로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었다. 난 도저히 목구멍을 통해 터져나오는 비명을 막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악!!!"
 머리가 핑 돌고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마치 공기 중에 바늘을 뿌려놓은 듯이 눈시울이 따끔거렸고 숨이 턱턱 막혔다. 숨이 벅차올랐고 나는 제 앞가림을 가누지 못했다. 허공을 가르는 내 손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부터 왼발이 없던거처럼 허무함마저 들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광경이 눈 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잔인하게 사람의 손가락을 자르고 늑골을 부셔버리던 경찰 서장마저 다리가 터져버리고 살점이 튀는 모습을 보고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 다리가... 터져버리다니?"
 금괴라도 끌어안듯이 스니커즈 한 쪽을 안아 쓰다듬는 리차드는 쿵! 하는 넘어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경찰 서장의 놀란 표정을 보며 리차드는 빙긋 웃으며 기쁘게 말했다.
 "크흐흐흐ㅡ. 블링크 슈즈를 얻는 시점에서, 리버스 그라비티Reverse Gravity(역중력)까지 성공하다니! 나, 나는, 천재야. 3인의 마스터 이래로 최고의 천재구나! 크하하하하하하!"
 고개까지 젖힌걸로 모잘라 리차드는 양팔까지 벌렸다. 그의 왼손에 들린 스니커즈는 터져버린 발목의살점이 찢겨나간 부분을 따라 피가 흘러 붉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리차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멈추고는 왼발로 내 오른쪽 허벅지를 밟았다.
 "좋아, 좋아. 이제 블링크 슈즈를 마저 접수해야지. 꼬마야. 조금 아프겠지만 어쩌랴. 세상은 냉혹한 것을!"
 크으.. 지나친 고통은 시야까지 앗아가기 시작했다. 흐릿한 세상에서 리차드의 오른손이 올라갔다. 비열한 웃음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 들었다.
 "키키키킥. 안녕이다. Bang!"
 "멈춰라!"
 쉬이이익! 콰지직. 펑!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그저 네모난 형태를 가진 물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난 그 네모난 것이 리차드가 쏜 총에 맞아 팽창하며 터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치 찢어지듯이 터진 그것은 수십 개의 파편으로 나뉘어 퍼져나갔다. 갑자기 어깨가 후끈 달아올랐다. 정강이에 이어 어깨까지. 고개를 돌려 어깨를 바라보자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길고 날카로운 나무파편이 보였다. 네모난 형태는 나무로 된 식탁이었던 모양이다.
 멈추라고 고함지른 인물은 방문 너머에 있었다. 소나기 속에서 바라보는 듯한 세상에서 고함친 인물은 다리를 세 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오른쪽 다리가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섰다.
 쿵!
 탁하게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외쳤다.
 "내 제자의 발목을 끊어놓다니! 그건 아직 수 백 차례나 더 관절기를 써먹을 수 있는 다리단 말이다!"
 사부였다. 사부님이 아니고서야 저런 말을 내뱉을 사람은 이곳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누가 경찰 서장같은 괴력으로 식탁을 던졌단 말이지? 사부님 뒤에는 키가 조금 더 큰 검은 인영이 서있었다.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윤곽으로 보아 호리호리한 몸. 채송화일 것이다. 그녀가 소리질렀다.
 "썅, 할아버지! 죽여버려요! 야이..."
 야이, 다음부터는 17살의 소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잔인하고 살벌한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정강이 밑부터 터져나가고 오른쪽 어깨가 나무 파편에 뚫렸지만 나는 왼손을 들어 귀를 막고 싶어졌다. 하지만 채송화는 속사포처럼 기상 천외하고도 재치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욕설들을 내뱉었다. 리차드가 히죽거리며 자신의 손에 들린 블링크 슈즈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싸구려 용병 같으니라고. 고작 늙은이랑 여자 하나도 맡지 못한단 말이냐!"
 리차드가 낮은 음색의 목소리로 호통쳤다. 옆에 있는 경찰 서장이 꾸물거리며 일어났다.
 "처리할테니, 추가 수당 주십시오. 말끔하게..."
 흐물흐물 거리는 세상이 초점을 잃은 카메라처럼 멀어졌다. 난 눈에 힘을 주었고 카메라 렌즈처럼 세상이 밝아졌다. 이마에 한줄기 땀이 흘러내리는 듯 싶더니 오른쪽 눈의 세상이 붉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도 다친 모양이었다. 왠지 눈에 힘을 주니 머리가 지끈거리듯이 아프군. 리차드는 고개를 돌려 경찰 서장을 보고 인상썼다.
 "닥쳐! 제 일도 못하는 놈이 돈타령이라니. 계약금만 받았고 의뢰비는 못 받았을 텐데, 제대로 일처리나 하란 말이야!"
 침을 퉤! 하고 뱉은 경찰 서장은 터져버린 식탁의 다리를 줏었다. 단단하고 굵은 것을 휘두르니 붕 하며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경찰 서장은 식탁 다리를 몇 번 더 휘둘러보고는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제길. 수지에 안맞는 장사구만."
 씁쓸한 듯이 입맛을 다시던 경찰 서장은 갑자기 튀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채송화도 앞으로 튀어나왔다. 작은 방 안에서 문까지에 짧은 공간에서 채송화와 경찰 서장은 수 차례의 공방을 주고 받았다. 나는 달라진 채송화의 모습에 당황하기 보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리차드를 보며 당황했다. 리차드는 싱긋 웃더니 바닥에 놓은 내 왼쪽 발을 들었다. 스니커즈 신발이었다.
 "히히히히. 그럼 나는 블링크 슈즈를 마저 접수해 볼까나."
 음흉한 웃음을 짓는 리차드에 대항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감각이 있는 팔로 땅을 짚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벽에 등이 부딪히자 나는 쓰라린 고통에 일그러지는 얼굴로 그를 노려보는게 전부였다. 그때 내 우측에 부러진 식탁 다리가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식탁 다리를 붙잡았다. 내 모습을 지켜보던 리차드는 걸어오지도 않고 내 왼발을 터트린 중력총을 들고 말했다. 
 "하하핫. 마스터에게는 이렇게 전해주지. '하는 짓이 귀여워 선물로 왼발을 가져왔다.'고 말이야. 크하하하하!"
 중력총으로 내 가슴을 겨냥한 리차드는 이 순간을 즐기는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오른손에 쥔 식탁 다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럼, 잘가라고. 마스터의 동생. Bang!"
 빵! 소리와 동시에 날아간 식탁 다리가 공중에서 풍선 부풀어 오르듯이 터졌다. 그 영향으로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고 일부가 내 옆구리와 팔뚝에 박혀버렸다. 하지만 리차드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뒤로 제끼고 있었다. 리차드가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숙이자 그의 왼쪽 눈 위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리차드는 이를 갈면서 블링크 슈즈를 움켜쥐었다.
 "빌어먹을 새끼가, 마지막 발악을! 형태가 남지 않도록 모조리 터트려주마!"
 한 눈으로 나를 보는 리차드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다시 나를 겨냥했다. 그의 손가락에도 여러 개의 나무파편이 박혀 있어 고슴도치처럼 보였다. 그때 가래 끓는 사부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터져 죽거라."
 톡톡. 데구르르르르르.
 세상의 시간이 멈춘듯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리고 왼쪽에서 굴러오는 동그란 것에 시선이 갔다. 리처드도 나와 함께 그것을 보고는 그의 눈동자가 말도 못하게 커지고 표정이 우악스럽게 일그러졌다. 나도 아마 그와 같은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나는 추가적으로 놀라며 문쪽을 바라보자 채송화는 경찰 서장에게 몰려 벽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문 밖에서 수류탄을 던진 사부님은 껄껄 웃으며 거실로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1초가 흘렀다.
 "수, 수류탄!"
 싸움에 전념하던 경찰 서장이 고개를 돌려 리차드와 수류탄을 보았다. 채송화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경찰 서장의 무릎을 걷어차고는 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리차드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겨냥하고 있던 총을 수류탄을 겨냥했다. 그리고 2초가 흘렀다.
 "아, 아, 아, 아, 안 돼에에, Ba.. ba.. ba, ban, bang!!"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발사된 역중력총은 늦어버렸다. 수류탄은 섬광과 폭열 그리고 폭발과 함께 이미 터져버린 식탁이나 식탁 다리처럼 자기 몸을 터트려버렸다.
 "혀어어엉!" 
 하나하나 수류탄 파편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이며 시간이 정지되는가 싶었다. 고통도 일순간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형을 만나지 못하고 죽고 마는 거지. 안녕, 나재인. 너 같은 친구를 만나서 외롭지 않았어. 안녕, 채송화. 너와의 기억은 대부분이 맞은 기억밖에 없지만 그래도 널 알게 되어 기뻤다. 안녕, 사부님. 설마 형이 믿지 말라던 말이 사부님까지 뜻하는 줄은 몰랐어요. 사부님이 절 죽이게 되실 줄이야... 그리고 안녕, 하 백... 보고 싶은 우리 형.
 죽음은 한순간에 빛처럼 세상을 밝히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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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이틀만에 돌아왔습니다. 하아, 글 써야하는 날을 자꾸 본가에 가느라 소비하고 자취방에 돌아오느라 쓰는군요. 돌아와서도 달빛조각사 보다가 시간을 보내버렸네요. 흐음.. 책 읽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하든지, 아니면 잠을 줄여야겠어요.

 일단 /5는 짧지만 이렇게... 라기보다는 빨리 죽음을 표현해야겠군요. 죽어봐야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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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다기보다는 청명한 밤하늘에 빛을 뿌리는 가로등이 벤치를 비춰주고 있었다. 그곳에 앉아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남자는 갈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중절모까지 쓰고 있던 남자는 나를 보고는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로등이 비추는 그는 역광을 받아 잉크로 칠한 듯이 검게 보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가 피곤한 듯이 말했다.
 "이런, 이런. 블링크Blink인가, 아니 게이... 텔레포트Teleport로군."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날씨에 남자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남자는 내 옆으로 와 허리를 숙여 위아래로 나를 살폈다.
 "그런데 피를 많이 흘리고 있구만. 발목이 터져나간걸로 봐서는 아티펙트에 당했겠군. 도시에 인마살상용(人馬殺傷用) 지뢰가 있을리는 없으니."
 남자는 귀찮은 듯이 나를 훑어본 후에는 중절모를 벗어버렸다. 은색 머리가 달빛에 창연하게 빛나 보는 사람이 추울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해서 출혈이 계속되자 다시 시야가 흐려지고 체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왼발은 통증을 넘어서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다. 더이상 다리가 붙어있는 거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는 안간힘을 써서 입을 열었다.
 "리...." 
 남자는 내 입이 열리는 것을 보자 천천히 다가와서는 귀를 가까이 대었다.
 "리... ㅊ, 차..."
 갑자기 뒤로 몸을 뺀 남자는 의아한 모습으로 나를 보다가 말을 내뱉었다.
 "리차..? 내 이름은 리처드인데, 너, 날 만난 적이 있나?"
 다시 본 리처드의 오른손에는 수술용 메스가 보였지만 반짝하며 달빛에 날이 반사되자 메스가 사라졌다. 리처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름 하나 제대로 못 말하는 사람이 대답할 리가 없지."
 점점 뿌옇고 붉게 변해가던 세상이 오래된 TV처럼 지직거리더니 점멸하면서 사라졌다. 그리고는 말소리. 사람의 말소리가 다가왔다.
 "이봐, 살고 싶나?"
 침묵. 다시 말소리. "살고 싶냐고." 사람의 말소리가 멀어진다. 살고 싶냐고? 살고 싶다. 하지만 입으로 살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입을 연다해도 그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소용이 없다. 의식의 끈이 멀어져가는 와중에 나는 침묵 속에서 소리쳤다. 살려줘!
 사람의 말소리가 다시 다가온다.
 "그래?"
 끈을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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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는 짧습니다. 왜냐면, 이전에 /2/3/4가 긴게 아니라, 사실 /5까지 다 이어지는.. (퍽) 뭐 그럴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제서야 진짜 리차드가 등장하는 군요. 하아.. 가짜 리차드는 너무 천박했어요. 그래서 품위와 교양과 인품이 넘치는 진짜 리차드를 등장시켜서 하현우와의 러브라인을 형성해보려고...

 이러다가 방송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하얀s교가 탄생하겠네요.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올때는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 by 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