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소설/습작

J.O.B 1. 블링크 슈즈Blink Shoes -6

하얀s 2010. 12. 16. 01:29

 소위, 마술사라 불리는 직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자신을 「마술사」라 칭하면 그 말의 신빙성과 신뢰성이 무한히 바닥에 수렴한다는 사실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비록 「마술사」는 아닐지언정 「마법사」에 가까운 능력을 소유하고 그 능력을 행사했을 때는 그가 자신을 「마술사」라 칭하든 「신」이라 칭하든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마술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신」이라든가, 「마법사」라는 존재는 만나본 적도 없어. 나는 정말로 「마술사」라고. 이거봐. 동전이 사라졌지?"

 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손가락에서 가지고 놀던 동전을 내 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여 보였다.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를 입은 그는 소매에 동전을 숨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바닥과 손등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동전이 없음을 증명했다. 정말 「마술사」라는 말인가. 하지만 그가 보여준 능력은 ...

 "어린애를 대상으로 동전으로 장난치는 「마술사」가 언제부터 사람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죠?"

 마술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사라졌던 동전을 나타나게 해보였다.

 "어떻게라니. 너는 의학적 지식을 가진 마술사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거니?"

 "그건 지식이 아니었잖아요?"

 "암암. 지식이 아니었지. 그 지식을 바탕으로한 치료였지. 태초에 사람은 몸이 상하거나 다치거나하면 그 몸이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도록 자연약재를 사용하거나 부러진 곳에 부목을 대어 자연치유가 원활히 되도록 하였지. 그러기 위해선 지식이 아니라 치료라는 행동이 필요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술사는 그녀에게 그런 치료를 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요. 약을 쓰거나 수술을 하는 치료를 말하는게 아니에요. 당신은 분명히..!"

 마술사 동전을 거머쥐어 감추었다. 그는 상체를 숙여 나랑 눈을 마주쳤다. 고요한 심연의 호수에 가라앉은 더러운 침전물을 돌을 던져 떠오르게 만들듯이 깊고 맑은 눈으로 내 눈을 응시했다.. 나는 흠칫 놀라서 눈을 피했다. 

 "뭐, 뭔가요. 남자한테는 그런 취미 없어요."

 고개를 돌리면 내 속마음을 모두 읽어내버릴 것만 같은 눈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시선을 창문에 고정했다. 캄캄한 밤은 어느새 떠나고 그 자리를 차가운 새벽이 대신하고 있었다. 마술사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핫. 나도 남자한테는 네가 생각하는 관심이 없어. 이거 서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니 확실히 넘겨짚고 가고 싶지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군. 너 보지도 않고서 어떻게 아는 거지?"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마술사는 살포시 웃고 있었다. 이 집에서 처음 그를 봤을 때처럼. 그는 잔잔한 미소로 짓었다.

 "꼭 봐야만 아나요?"

 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훑어보았다.

 "너... 「직업」이 있냐?"

 나는 당당히 대답했다.

 "네. 고등학생인데요."

 마술사는 그의 가느다란 목을 떨구어 바닥을 향했다.

 "기대한 내가 바보지... 너 「직업」도 모르냐?"

 "고등학생이라니까요."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선을 들어올린 그는 나를 보고는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불신의 눈이었다.

 "어떻게 너같은 애가, 블링크 슈즈를 다룰 수 있었던 거지? 너 블링크 슈즈가 뭔지는 알아?"

 나는 가장 자신있고 잘 하는 당연한 행동을 했다. 바로 조금전에 마술사가 했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행위를 따라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마술사는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모르는구나. 세상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별의별 사람 다 만나봤는데, 너같은 '별의별' 사람은 또 처음이네."

 마술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에 놓인 담배갑을 거머쥐었다. 한개피 꺼내어 입에 문 마술사는 불을 붙일 생각도 하지 않고 뭔가에 골똘히 생각하다가 내게 물었다.

 "너... 분명히 「숙련」자란 말을 했었지. 기억하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신고있는, 하지만 어떻게해서 사용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는 하얀 캔버스 신발을 신고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분명히 말했다. "「숙련」자의 시간이다."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 말의 뜻도 의미도 모르면서 사용했다는 거로군. 너 혹시 거울을 보고 기억을 잃은 적이 있어?"

 거울을 보고 기억을 잃었다는 말은 오늘 밤에 이미 한번 들었던 말이었다. 라다희가 분명 나재인을 향해서 물었다. 그가 마인드 컨트롤이란 것에의해 이상하게 돌변하기 전에, 거울을 보았냐고 했다. 나재인은 그렇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현재 기억하기로는 거울을 보고 기억을 잃은 적은 없었다.

 "없다고? 흐음... 한대 피고 싶은데..."

 마술사는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끝내 라이터를 꺼내 입에문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았다. 매우 아쉬워하면서 그는 다시 내 앞에 와서 의자에 앉았다. 나는 내가 앉은 쇼파에서 그를 쳐다보았다.

 "좋아. 가장 궁금한게 뭔지 말해봐. 말하다보면 혹시 기억나지 않을까?"

 천연덕스러운 웃음으로 마술사는 말했다. 나는 나재인을 떠올렸다. 몸은 허약해도 머리만큼은 좋은 친구. 사람 사귐에 있어서도 적극적이고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그런 녀석이 어울리지도 않는 칼을 들고 동물같은 움직임으로 내게 달려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라다희는 그에게 마인드 컨트롤에 걸렸다고 말했다.

 "제 친구는 어떻게 되었죠?"

 나는 여기에 와서 가장 먼저 물어봐야했었던, 그러나 바로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이제서야 떠올리고 물어보았다. 나재인. 내 기억 속에서 나는 그를 기절시키고 나 또한 혼절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나는 쇼파에 있었고 그때 나를 간호해주던 사람이 라주희였다. 물론, 지금 그녀는 이곳에 없지만.

 "친구? 이름이 뭔데?"

 "나재인이요."

 그는 담배를 씹듯이 질겅질겅 거리더니 손바닥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그의 손에서 동전이 떨어져나와 바닥을 굴렀다.

 "아!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당했던 그 친구 말이로군. 맞지?"

 고개를 갸웃하는 행동이 적합했는지는 모르지만 마술사는 마땅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 친구라면 괜찮을 거야. 분명히 다희 양이 경찰을 불렀다고 했거든. 아, 걱정하는 게 귀가는 아니겠구나. 마인드 컨트롤이나 그 부작용이 걱정인가, 아니면 친구의 생존여부? 좋아. 일단 네 친구는 안전해. 마인드 컨트롤은 말이야. 생각보다 대상자를 현혹시키기가 어렵다이거지."

 빨려들어 갈것 같은 블랙홀 모양으로 원을 그리던 동전을 주운 마술사는 그것을 앞뒤로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일반적인 경우에 마인드 컨트롤은 대상과 접촉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발현되지 않는 능력이기 때문에 쉽게 아무에게나 걸 수 있지는 않아. 마인드 컨트롤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중에 어떠한 접촉이라도 마인드 컨트롤러Mind Controller 즉, 정신조종자와 접촉 없이는 절대 불가능이지. 능력이 뛰어날 수록 접촉 여부는 오감 중에서 어떤것이든 상관없게 되고 때로는 오감이 아닌 육감으로도 마인드 컨트롤이 되기도 해. 하지만 그런건 정말 특정 소수에 관한 이야기고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지. 게다가 마인드 컨트롤은 생각보다 위험한 능력이야. 왜인지 알아?"

 마술사 답지 않은 마술사는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씨익 웃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선 대가가 필요하지. 그 대가로 마인드 컨트롤러는 대상자를 정신조종하는 동안, 자신의 신체를 쓸 수 없게 돼. 쉽게 말해서, 타인을 움직이려면 자신은 멈춰있어야하고 자신이 움직이려면 타인을 조종할 수 없다는 거지. 그런데 이건 원할때는 조종하고 원치않을 때는 스위치를 꺼두는 리모컨 로봇이 아니라는 거야. 한번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하면 자신이 포기할 때까지 혹은 누군가에 의해서 대상자를 사용할 수 없을 때까지 조종을 하게 되. 그리고 조종을 하는 동안 자신의 신체는 사용불가능 상태가 되는거지.
 이걸 두고 내가 아는 마인드 컨트롤러는 이렇게 말하지. 상대의 영혼을 빼내어 자신의 영혼을 주입시킨다고. 상대의 몸을 조종하기 위해서 자기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왔기에 자기 몸을 동시에 조종할 수 없다는 것은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긴해.
 어쨌거나 그 때문에 네 친구, 나재인이라고 했나? 그 친구는 쇼윈도우를 통해서 마인드 컨트롤 당한거야. 왜냐하면 마인드 컨트롤러가 길에서 아무나 조종하게 되면,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신체는 어떻게 처리할까. 보통 누군가를 옮기는 모습을 어떤 정의로운 사람이 보거나 경찰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좀 일이 곤란해지지. 그래서 아예 자신의 신체를 숨긴 상태에서 대상자를 방심하게하여 조종하는 게 일반적이야. 그래야 자신의 신체도 안전하고 일단 대상자가 방심을 하면 마인드 컨트롤하기도 쉽거든. 이해가 가니?"

 "으음..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 친구는 몸을 갈취당했었다는 말인가요?"

 "그래. 네 친구는 일시적으로 몸을 빼았긴거야. 그리고 다시 빼았으려면 다시 본체가 와야만 해. 하지만 정신조종자는 만에하나의 사태를 위해 앞서 말했듯이 신체를 안전한 곳에 두고 조종을 하려하지. 조종자와 대상자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즉 자신을 위험한 상태에 노출시킨다는 뜻이니까."

 나는 잠시 갸웃거리다가 내 옆구리를 보게 되었다. 붉게 젖은 붕대가 아직 감겨있었다.

 "그렇다면 중간에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죠? 재인이는 중간에 정신을 차렸는데 다시 조종을 당했어요. 후에도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마술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당연한듯이 말했다.

 "그 나재인이라는 친구가 평소에 칼을 좋아하거나 혹은 수집하는 친구는 아니지? 그렇다면 그가 쥐고 있던 칼은 분명히 정신 조종자의 칼일꺼야. 아까 말했던 오감 중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가장 원활하게 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촉감이야.
 사람들끼리의 경우도 정말로 사랑하면 살을 부딪히게 되잖아? 물론, 남녀관의 관계가 아니라 친한 친구들이 서로 포옹하는 경우를 두고 말하는 거야. 그런데 그 친구는 시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당했지만 다시 촉각으로 그 강도가 강화되었지. 그 나이프를 통해서 지속적인 정신 조종이 이루어졌을 거야. 그리고 나재인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분명히 나이프를 무심코 거머쥔 적이 있을 거야. 마인드 컨트롤러는 보통 보험을 들어놓지. 대상자가 정신 조종이 풀릴 경우를 대비해서 감정적인 상태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근처에 있는 마인드 컨트롤러의 물건이나 그를 찾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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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내용 조금 수정합니다. 나재인이 다시 광폭해졌을 때는 나이프를 집었을 때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