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소설/습작
갑각나비 9. 연애 -5
하얀s
2010. 11. 22. 23:16
객실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퀴에르는, 문득 창 밖으로 보이는 정원에 누군가가 서성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두컴컴한 정원에 서있는 사람은, 자세히 보니 공작의 곁에 묵묵히 서있떤 경호원이었다. 퀴에르는 마침 잠도 오지 않았기에 잠시 이야기나 나눌 요량으로 정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퀴에르가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돌린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루자라고 했나? 밤이 깊었는데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건가?"
그녀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밤에는 바람을 쐬는 게 버릇이 되어 있어서 잠시 산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백작님. 멋대로 저택 내를 돌아다닌 점 사죄 드리겠습니다."
무뚝뚝한 사과였다.
"신경 쓰지 말게. 그것보다 잠시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겠나? 아무래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퀴에르의 부탁에 그녀는 망설이는 눈치였지만 곧 태연히 대답했다.
"...말재주는 없지만 백작님께서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되어드리겠습니다."
퀴에르는 고맙다고 한 마디 한 뒤 정원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루자에게도 앉기를 권했지만, 그녀는 사양했다.
"송구스럽니다만 저는 앉을 수 없는 병에 걸려있습니다."
퀴에르는 그것이 어느 시구를 인용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짐짓 웃어 보였다.
"그럼 그대로 서있어도 좋네... 그나저나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자네 나이가 올해로 몇인가?"
"17살입니다."
"17살이라고? 젊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 어릴 줄은 몰랐는걸... 그렇게 어린 나이에 공작의 경호원이라니 놀라운 일이로군."
"실례입니다만, 백작님께서도 18세의 춘추로 백작의 위를 받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퀴에르는 소리내어 웃어 버렸다.
"나도 남 말할 처지가 아니었군... 그나저나 경호원을 맡을 정도라면 무용이 상당할 것 같은데 나에게 보여줄 수 있겠나?"
"죄송합니다. 주인님의 명이 없이는 함부로 칼을 뽑을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이거 유감이로군. 자네의 솜씨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정말 유감이야."
짐짓 한숨을 내쉬며, 퀴에르는 낙심한 표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흘긋 옆을 보니 루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퀴에르는 속으로 웃었다. 단순히 무뚝뚝한 석고상 같은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얼마 후에 약간 높아진 목소리로 루자가 말했다.
"분명... 칼을 뽑는 건 금하셨습니다만, 그 이외에 금하신 것은 없으니... 칼을 집에 넣은 채로 보여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괜찮고 말고!"
기다렸다는 듯 퀴에르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루자는 당황한 듯 엉거주춤하다, 곧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녀는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말한 뒤 땅바닥에 조약돌 서너 개를 주웠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루자는 한 손에 검을 쥔 뒤, 다른 한 손으로 칼집 위에 조약돌들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엄청난 소리를 내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냥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 같아도 천천히 지켜보자니 일정한 호흡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격렬하면서도 장엄한 음악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음악은 매혹적인 울림으로 퀴에르에게 다가왔다. 그는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그녀의 춤을 바라봤다.
곧 그녀의 움직임이 멈추고, 그녀가 칼을 앞으로 뻗어 퀴에르에게 보여줬다. 칼집 위에는 처음 올려놨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약돌들이 올려져 있었다. 퀴에르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그야말로 신기(神技)야!"
"부끄럽습니다, 백작님."
그녀는 조금 머쓱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머리를 숙였다. 그 모습에 퀴에르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는 루자의 발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칼집 위의 조약돌 하나가 거기에 떨어져 버린 것이군."
"에? 그럴 리가..."
그녀는 서둘러 퀴에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다가 그만 칼 위의 조약돌들을 모조리 떨어트리고 말았다. 퀴에르의 웃음소리가 들린 뒤에야 그녀는 그것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자는 잠시 멍한 얼굴로 퀴에르를 바라보더니, 곧 퉁명스럽게 말했다.
"백작님."
"왜 그러나?"
"백작님께서는... 짓궂으십니다."
퀴에르는 다시 한 번 웃고 말았다.
"클리드 공작이 필사를 마친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였다. 공작과 루자를 배웅한 뒤, 나는 오래간만에 엔쥬의 객실을 찾았다.
'오래간만이군, 백작. 그대가 하루만 더 늦게 왔다면 내 머리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라는 어휘가 사라졌을 것일세.'
엔쥬는 침대에 앉은 채로 나에게 핀잔을 줬다.
'죄송합니다, 엔쥬 님. 그 동안 공작을 접대하느라 시간이 없었습니다.'
'정말 공작을 접대한 건가? 그대의 눈에 거짓의 빛이 보이는군.'
그녀는 마치 내 마음을 뚫어 보는 듯 했다. 역시 그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실은... 공작과 보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루자를 만날 때가 더 많았죠.'
'루자? 공작의 경호원 루자 펜블렌을 말하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처음 루자와 대화를 나눈 밤부터, 나는 틈만 나면 그녀에게 실없는 농담이나 장난을 건넸다. 루자는 우직한 여자였지만, 어딘지 순진한 구석이 있어서 내 장난에 쉽게 걸려들었다.
'...그랬더니 루자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실례인 줄은 알지만, 백작님께서는 너무 음란하십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 농담의 뜻을 이해하는 자네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라고 하자,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다물어 버리지 뭡니까?'
나는 들뜬 목소리로 루자와 나눴던 대화들을 엔쥬에게 들려줬다. 마지막까지 잠자코 듣고 있던 엔쥬는 이야기가 끝나자 신기하다는 눈빛을 지었다.
'그대답지 않군, 백작. 내가 알기로 그대는 그렇게 타인에게 허물없이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어쩌면 그대가 그토록 바라던 변화가, 벌써 그대에게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 루자라는 여자 덕분에 말이야.'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엔쥬 님 덕분입니다. 엔쥬 님과 만난 이후로 저는... 변한 듯 합니다.'
엔쥬는 말끝을 흐리는 나를 향해 잠시 고개를 끄덕인 뒤 물었다.
'그럼 요 사흘간 줄곧 그녀와 함께 있었단 말인가?'
'줄곧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자주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 그녀와 말이지?'
엔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러면 이제 그녀가 떠났으니 쓸쓸하겠군, 백작.'
어딘지 모르게 가시가 돋아나 있는 듯한 엔쥬의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대꾸했다.
'그게... 실은 『49마리』를 필사하게 해준 대가로, 공작이 저를 겨울별장에 초대했지 뭡니까? 때문에 내일부터 며칠간 공작의 별장에서 묵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그래? 그거 잘됐군. 잘 다녀오게나.'
라고 쏘아붙이고는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려버렸다.
뭔가 틀렸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소녀는 지금까지 봐왔던 엔쥬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어색했다. 나는 그녀의 현재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그 어휘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었지만, 그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녀는 '뾰로통해져'있었다.
'엔쥬 님... 혹시 질투하시는 겁니까?'
나는 농담 섞인 어조로 그녀를 떠봤다. 그러자 엔쥬의 언성이 높아졌다.
'무슨 가당치 않은 소리인가, 백작? 내가 질투를 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나? 안 그런가, 백작?'
'죄, 죄송합니다.'
엔쥬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얼굴을 손으로 가렷다.
'감기라도 걸린 모양이야. 이상하게 얼굴이 열이 올라오는군... 이만 쉬어야할 것 같으니 물러가 주게나.'
그녀의 얼굴은 어딘지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별 수 없이 인사를 하고 객실에서 물러나려 했다. 그 때 뒤에서 엔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작.'
'왜 그러십니까, 엔쥬 님?'
그녀는 조금 더듬거리며 말했다.
'공작의 겨울별장에는... 얼마나 머물 예정인가?'
'글쎄요. 한 사흘 정도 머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나흘 뒤에 다시 볼 수 있겠군. 좋은 여행이 되기를 빌겠네.'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나는 거듭 인사를 한 뒤 문을 열었다. 그 때 등뒤에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꼭 나흘 뒤에는 돌아와야 하네, 백작...'
나는 아직까지도 조금 볼이 부어있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엔쥬 님.'
클리드 공작의 겨울별장은 퀴에르의 저택에서 마차로 반나절 거리에 있었다. 공작의 별장은 세련미와 중후함을 겸비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당대의 건축가인 쟈콥 샤벵이 혼신의 힘을 다해 건축해낸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던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하지만 퀴에르는 그 별장에서 영문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바이고아의 거석'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퀴에르의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 거대한 돌기둥은, 위대한 마법의 아버지 에프스가 악마 바이고아를 제압한 뒤 묘비 대신 세운 것이라 전해진다. 그 때문인지 어린 퀴에르는 그 거석을 처음 봤을 때, 피어오르는 막연한 불길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벌써 십 년도 더 된 이야기였다.
어째서 퀴에르가 바이고아의 거석과 그 별장을 연관지어 생각했는지는 그로서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밀가스트 백작."
클리드 공작은 몸소 현관 앞까지 나와 퀴에르를 맞이했다. 퀴에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자, 어서 들어오시죠."
공작은 약간 맥이 빠져있는 퀴에르는 객실로 안내했다. 간단히 여장을 풀고 나오자,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작이 웃으며 말했다.
"오랜 마차여정이었으니 많이 시장하시겠군요. 마침해도 저물어가니 같이 만찬을 나누는게 어떻겠습니까?"
공작의 말처럼 배고픔이 한계에 달해있던 터였다. 퀴에르는 공작의 친절에 감사를 표하며 그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만."
공작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을 꺼냈다.
"사실 지금 이 별장에는, 백작 외에도 다른 손님들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그들이 누구인지 말씀드려도 상관은 없지만, 어차피 곧 만나 뵙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다들 식당에서 백작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백작만 괜찮으시면 소개는 식당에 직접 해드릴까 합니다."
공작은 퀴에르가 미처 뭐라고 답할 틈도 주지 않고 성큼성큼 앞서 나갔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듯한(그게 아니라면 뭔가를 쫓는 듯한) 모습이었다. 퀴에르는 그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도착한 식다에는 세 명의 남자들이 자리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공작과 마찬가지로 초조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퀴에르는 차례대로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먼저 깡마른 남자가 입을 열었는데 그는 자신을 추기경 페즌 알바린이라 소개했다. 다음으로 뚱뚱하 남자의 이름은 카이츠 바슈랭 후작이었고, 마지막으로 늙은 남자는 피터 덴버즈라는 이름의 교수라고 했다.
퀴에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자리에 모인 것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이름만 대면 무릎을 칠만한 제국내의 유명인사들이었다. 어떻게 이런 저명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인지 그로서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자, 소개는 이 정도로 하지요. 서두르지 않아도 밤은 충분히 길게 뻗어있으니 말입니다."
공작은 그렇게 말했지만, 퀴에르가 보기에는 공작 자신이 가장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는 식당 뒤편을 향해 박수를 두 번 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고 하인들이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많이 혼란스러우실 거라 생각됩니다, 밀가스트 백작."
곁에 앉아있는 바슈랭 후작이 퀴에르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희가 어째서 이렇게 급박하게 만찬을 거행하려 하는지 궁금하시겠지요?"
퀴에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제 눈에는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서두르고 계시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백작도 이제 나올 '요리'를 보게 된다면, 저희가 어째서 들떠 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커다란 얼굴 위로 웃음을 드리웠다.
잠시 후 일동의 앞에 접시가 하나씩 놓여졌다. 접시의 내용물은 황금빛 수프였는데, 처음 맡는 기묘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자, 어서들 드시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작을 비롯한 남자들은 수프를 허겁지겁 떠먹기 시작했다. 퀴에르도 별 생각 없이 수저를 들어 수프 한 숟갈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맛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할지는 참으로 난감했다. 입천장과 목구멍을 가로지르는 뜨겁고도 향기로운 맛의 흐름, 그리고 단 한 숟갈만으로도 느껴지는 포만감... 그것은 단순한 수프가 아니었다. 퀴에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게 눈 감추듯 수프를 입에 넣을 뿐이었다.
이윽고 접시가 바닥을 드러낸 뒤에야 공작이 감격에 잠긴 목소리를 냈다.
"참으로 놀라운 맛이군요. 안 그렇습니까?"
"진정 그렇습니다, 공작. 제 평생에 이런 풍미의 스프는 처음이에요."
"이 진한 맛과 향기는 로반트의 어떤 주방장도 흉내낼 수 없을 겁니다. 가히 천상의 음식이라고 칭할만하군요."
추기경과 교수가 차례로 공작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퀴에르는 멍하니 자신이 비운 접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을 때였다.
"백작은 어떠셨습니까?"
뚱뚱한 후작이었다. 그를 포함한 네 명의 귀족들이 퀴에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퀴에르는 아직 얼떨떨한 상태엥서 자신이 먹은 그것을 말로 표현해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무리였다. 어떤 비유로도 그 맛을 완전히 묘사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저 한숨과 함꼐,
"대체 이 수프의 재료가 무엇입니까?"
라고 한 마디 내뱉은 게 고작이었다.
"놀라시는 게 무리도 아닐 겁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백작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공작은 그렇게 말한 뒤, 세 번 박수를 쳤다. 그러자 하인 한 명이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하인은 퀴에르의 곁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쟁반 위에 있는 것이 이 수프의 재료입니다, 백작."
퀴에르는 고개를 돌려 쟁반을 바라봤다.
쟁반 위에 올려져 있는 납작한 금속, 그것은 동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