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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공의 경계 上 pp 1~24.


나스 기노코 지음

1/ 부감풍경 jujoh kirie - thanatos.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은 큰길로 오기로 했다.
나로서는 드물게 부리는, 약간의 변덕이었다.
지겹도록 본 빌딩가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이 떨어졌다.
좀처럼 들을 기회 없는, 퍽석하는 소리.
사람이 빌딩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 분명했다.
아스팔트에는 주홍빛이 흘렀다.
원래 모양대로 남은 것은 길고 검은 머리카락.
하얗고 가느다란 팔다리.
그리고 형체도 없이 뭉개진 얼굴.
그 일련의 영상은 낡은 페이지 속에 끼여,
책 사이에 눌려 납작해진 꽃잎을 연상케 했다.

ㅡ아마도,
머리만 태아처럼 구부러진 그 사체가,
내게는 꺾여진 백합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부감풍경

/1



 8월에 막 들어선 어느 날 밤, 사전 연락도 없이 미키야가 찾아왔다.
 "안녕. 여전히 나른해 보이는구나, 시키."
 갑작스런 방문자는 현관 앞에 서서 웃으며 시시한 인사를 건넨다.
 "실은 말이야, 여기 오기 전에 사고를 만났어. 빌딩 옥상에서 여자아이가 투신자살 했지 뭐냐. 최근에 그런 일이 많다고 듣긴 했지만,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ㅡ자, 이거, 냉장고."
 현관에서 신발 끈을 풀면서 손에 든 편의점 비닐봉지를 던지듯 건넨다. 안에는 하겐다즈의 스트로베리가 두 개. 녹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라는 것 같다.
 내가 느릿한 동작으로 비닐봉지를 확인하는 사이에, 미키야는 신발을 벗고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나의 집은 맨션의 원룸이다. 현관에서 1미터도 안 되는 복도를 지나면 바로 침실 겸 거실인 방이다.
 거침없이 방으로 걸어가는 미키야의 등을 노려보면서, 나도 내 방으로 이동했다.
 "시키. 너, 오늘도 학교 땡땡이쳤구나. 성적 같은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출석일수만큼은 확보해 두지 않으면 진급을 못해. 함께 대학에 가겠다고 한 약속, 잊은 거야?"
 "학교 일로 나를 지도할 자격, 네게 있냐? 무엇보다 그런 약속 따위 기억나지도 않을 뿐더러, 넌 대학교 때려 치웠잖아."
 "......우. 자격이라고 한다면 그런 거야 없긴 없지만."
 입장 곤란한 듯 중얼거리는 미키야는 자리에 앉았다. 이 녀석은 자신이 불리해지면 본성이 드러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ㅡ최근에 생각해낸 것이다.
 미키야는 방 한가운데 앉았다. 나는 미키야의 등 뒤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그대로 누워버렸다. 미키야는 내게 등을 돌리고 있다.
 남자치고는 작은 그의 등을 나는 멍하니 관찰한다.
 고쿠토 미키야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나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가 된 것 같다.
 다양한 유행들이 잇달아 나타나서 질주하고, 질주하던 끝에 폭주하다 소멸해가는 현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겨울 정도로 학생이라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골동품이다.
 머리를 기르지도 않고, 염색도 하지 않는다. 피부도 태우지 않으며 액세서리도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도 없으며 여자들과 놀지도 않는다. 키는 백칠십이 될까 말까. 온화한 얼굴생김은 귀여운 편으로, 검은 테 안경이 그런 분위기를 한층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평범한 복장으로 다니지만, 잘 차려입고 거리에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 몇 명인가는 돌아볼 정도로 미남이 아닐까ㅡ.
 "시키, 듣고 있어? 너희 어머니도 만났어. 한 번쯤은 료우기 본가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거 아냐? 퇴원한 후 두 달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그래. 특별히 용건이 없으니까."
 "이 봐. 가족이란 용건이 없어도 연락하고 사는 거야. 2년 동안이나 대화도 못했으니, 만나서 이야기도 좀 하고."
 "......몰라. 실감이 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잖아. 만나봤자 괜히 거리감만 더 생길 뿐이야. 너한테도 위화감이 남아있는 정도인데, 그런 타인과 대화가 되겠냐구."
 "그래가지고서야 언제까지고 해결이 안되지. 시키 쪽에서 마음을 열지 않으면 평생 이대로일 거야. 친부모 자식이 이웃에 살면서 얼굴도 마주치지 않다니, 그러면 안 돼."
 나무라는 말투에 나는 미간을 찌푸린다.
 안 된다니 뭐가 안 된다는 것인가. 나와 부모 사이에 법을 어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순히 자식이 교통사고를 당해 예전의 기억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호적상으로도 혈연상으로도 가족이라고 인정받고 있으니, 지금 이대로도 아무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미키야는 언제나 인간의 본연의 자세를 걱정한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라 하는데도.

/

 료우기 시키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사립인 우리 학교는, 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합격자 발표 날, 료우기 시키라는 이름이 아주 독특하여 기억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같은 반이 되었다. 그 후, 나는 시키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사복을 허용하는 학교여서, 각자 나름대로의 복장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그 가운데 시키의 모습은 교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언제나 기모노였던 것이다.
 수수한 기모노 차림은 시키의 부드러운 어깨선에 잘 어울려서, 시키가 걷고 있는 것만으로 교실이 무가 저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행동거지 하나하나 전혀 군더더기가 없으며, 수업 시간 이외에는 잡담조차 하지 않았다. 시키가 어떤 인간인가 하는 것은 이 이야기만으로도 잘 나타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키 본인의 용모는, 이 또한 너무 잘생겼다.
 검은 비단결처럼 아름다운 머리는, 귀찮은 듯이 아무렇게나 잘라 방치해 두었으나, 귀를 가릴 정도의 숏 컷 길이가 되자 이것 역시 묘하게 잘 어울려서 시키의 성별을 가늠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시키는 보는 사람이 남자라면 여자로, 여자라면 남자로 착각할 정도의 미인으로 아름답다기보다는 늠름한 용모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보다도, 무엇보다 매료되었던 것은 시키의 눈이었다. 눈매는 날카로운데 맑고 고요한 그 눈동자와 가느다란 눈썹. 뭔가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응시하는 듯한 그 자태가, 내게 있어 료우기 시키라는 인물의 전부였다.
 그렇다.
 시키가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

 "투신."
 "뭐? 아, 미안, 듣고 있지 않았어."
 "투신자살. 그건 사고가 되는 건가, 미키야?"
 의미없는 중얼거림에, 침묵에 빠져있던 미키야는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고지식하게도 지금의 질문을 새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음, 그야 사고인 건 틀림없지만......그러게, 그건 뭘까? 자살인 이상, 그 사람은 죽어버렸어. 하지만 자신의 의지인 이상, 책임은 역시 자신뿐. 단지,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사고니까ㅡ."
 "타살도 아니고 사고사도 아니다. 모호하군, 그런건. 자살이라면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택하는 게 좋을 텐데."
 "시키. 죽은 사람을 나쁘게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
 나무라는 투도 아닌, 냉랭한 어조. 미키야의 대사를 듣기 전부터 넌덜머리날 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고쿠토. 나, 너의 일반론은 싫어해."
 자연히 반론은 매서워진다. 하지만 미키야는 기분나쁜 기색도 없다.
 "아. 오랜만이다, 그 호칭."
 "그러냐?"
 응, 미키야는 행실 바른 다람쥐처럼 끄덕였다.
 그의 호칭은 미키야와 고쿠토, 두 가지가 있는데, 나는 고쿠토라는 어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잘 모른다.
 대화의 공백에 생겨난 그런 의문 도중에, 미키야는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우리 아자카가 봤다더라."
 ".......? 봤다니, 뭘?"
 "그러니까 예의 그것. 후조 빌딩의 여자아이. 하늘을 날아 가는 녀석. 시키도 한 번 본 적 있다고 했었잖아."
 "......"
 아아, 생각났다. 한 3주 정도 전부터 시작 된, 대수롭잖은 괴담이다.
 오피스 가에는 후조 빌딩이라는 고급 맨션이 있는데 밤이 되면 그 상공에 사람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아자카에게도 보였다니, 아무래도 그것은 진짜 같다.
 교통사고로 2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은 후, 나는 그런 『원래 있을 수 없는 것』이 보이게 되었다. 토우코의 말에 의하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인지한다', 즉 뇌와 눈의 인식 레벨이 향상되었을 뿐일 거라고 하지만, 그런 장치 따위 나는 흥미 없다.
 "후조 빌딩 인간 이야기라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봤어. 물론 최근에는 그쪽으로 간 적이 없어서, 지금도 보일지 어떨지는 모르겠군."
 "흐음. 난 그곳을 잘 지나가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걸."
 "넌 안경을 쓰기 때문에 안 돼."
 안경은 관계없다고 생각해, 하고 우기는 미키야.
 그 동작은 따스하고 악의가 없다. 그래서 이 녀석에게는 그런 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날아다니느니 떨어졌다느니 하는 시시한 현상들이 계속 된다. 그런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몰라 나는 물어보았다.
 "미이캬. 사람이 하늘을 나는 이유를 아냐?"
 미키야는 글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나는 이유도 떨어지는 이유도 몰라. 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니까."
 그런 당연한 소리를 잘도 태연하게 하고 있다.

/2

 8월도 끝나가던 어느 날 밤, 산보를 하기로 했다.
 여름의 끝자락 치고는 밤공기가 차갑다. 마지막 전철은 벌써 옛날에 지나가고, 거리는 고요에 감싸였다.
 조용하고, 쌀쌀하고, 몰락한 낯선 죽음의 도시 같다. 인적도 온기도 없는 그 광경은 사진처럼 인공적이어서 불치병을 연상케 했다.
 ㅡ질병, 병, 병적.
 모든 것들, 불 꺼진 집이나 불 켜진 편의점이나, 잠깐만 방심하면 콜록거리며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느낌.
 그런 가운데 푸른 달빛이 밤을 부각시키고 있다.
 모든 것이 마취된 이 세계, 달빛만이 살아 있는 것 같아, 몹시 눈이 시리다.
 ㅡ그러니까, 병적이란 그런 것이다.
 집을 나올 때 옅은 옥색의 기모노 위에 검은 가죽점퍼를 걸쳤다.
 기모노의 소맷자락이 상의에 말려들어 몸이 후끈거린다.
 그래도 덥지는 않다. ㅡ아니.
 나는, 원래 춥지도 않았다.

/

 그런 한밤중이어도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을 만난다.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누군가.
 자동판매기 앞에서 멍청히 서 있는 누군가.
 편의점 불빛에 모이는, 제법 많은 누군가.
 그곳에 뭔가 의미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어차피 구경꾼인 나로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애초에 내 자신이 이렇게 밤에 나돌아다니는 것부터 의미는 없는 것이다.
 그저, 예전의 내가 즐겨했던 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ㅡ2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진급이 얼마 남지 않았던 료우기 시키라는 나는, 교통사고를 당해 그대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비가 오는 날 밤의 일이었다.
 자동차에 치였던 것 같다.
 다행히 몸에 큰 상처도 없고, 출혈도 골절도 없는 깨끗한 사고였다고 한다. 대신, 사고의 흔적은 머리 쪽으로 집중해 버린 모양이다.
 이후, 혼수상태가 계속 되었다.
 몸에 상처가 거의 없었던 것이 화근이어서, 병원 측도 나를 계속 살리려 했고, 의식 없는 내 몸도 필사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렇게 해서 불과 2개월 전에 료우기 시키는 회복했다.
 의사들은 죽은 자가 환생한 듯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랬다. 나는 그 정도로 회복 가망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만큼 크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충격을 받고 있었다.
 자신에게 확증을 가질 수 없다고나 할까.
 자신의 지금까지의 기억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한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 자신의 기억을 신용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과거의 일이 생각나지 않는 기억장해......흔히 기억 상실이라고 불리는 것과는 다르다.
 토우코 왈, 기억이란 뇌가 행하는 기록, 보존, 재생, 확인의 네 가지 시스템이라고 한다.
 『기록』은 본 인상을 정보로서 뇌에 기록하는 일.
 『보존』은 그것을 간직해두는 일.
 『재생』은 보존한 정보를 불러내는 일, 즉, 기억해내는 일.
 『확인』은 재생된 정보가 전의 것과 동일한지를 확인하는 일.
 이 네 가지 과정 가운데 하나라도 못하면 기억장해가 된다. 물론 각각의 고장 난 곳에 따라 기억장해의 사례도 달라진다.
 하지만 내 경우, 이 모든 것이 아무 지장 없이 작동하고 있다. 예전의 기억에 대한 실감은 없지만, 자신의 기억이 예전의 내가 받은 인상과 똑같다고 하는 『확인』도 작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전의 내 자신에게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나라는 실감이 없다.
 료우기 시키라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도, 그것이 남의 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틀림없이 료우기 시키인데.
 세간의 평가가 아니라, 내 속에 든 것을 무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내 기억과 내가 가지고 있었을 성격. 그 연결의 끈이 절망적일 정도로 끊겨 있다.
 그렇게 되자, 기억은 단순한 영상에 지나지 않았다. 단지, 그 영상 덕분에 나는 예전의 나처럼 하고 다니긴 한다. 부모에게도 지인에게도, 그들이 알고 있는 료우기 시키로서 대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나와 상관없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으로 나를 고민하게 한다.
 ㅡ이거야 말로 의태군.
 나는 조금도 살아 있지 않다.
 막 태어난 갓난쟁이나 다름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십칠 년이라는 기억이 나를 한 사람의 완성된 인간처럼 만들고 있다.
 원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어야할 감정은 이미 기억으로서 갖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제로 체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체험하려고 해도 이미 그것은 알고 있는 일인 것이다. 거기에는 감동도 없으며, 살아있다는 실감도 없다. ......원리가 들통 난 마술이, 더 이상 관객을 놀라게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하여 나는 살아있다는 실감도 갖지 못한 채, 예전의 나다운 행동을 되풀이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렇게 하면, 나는 옛날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하면, 이 밤 산보의 의미를 알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아,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예전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겠군.

/

 한참을 걸어온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은 요즘 화제인 오피스 가였다.
 같은 높이의 빌딩들이 사이좋게 길 위에 늘어서 있다. 빌딩 표면은 한 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지금은 그저 달빛만 반사하고 있었다. 큰 길에 늘어선 빌딩 군은 괴인이 배회하는 그림자그림의 세계 같아 보인다.
 그 안쪽에, 유난히 높은 그림자가 있었다. 20층 높이의 사다리같은 건물은, 달까지 닿기 위해 뻗은 가늘고 긴 탑처럼 보였다.
 탑의 이름은 후조라고 한다.
 맨션인 후조 빌딩에 불빛은 없다.
 주민들은 모두 잠에 빠져 있겠지. 시간은 막 오전 2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때ㅡ대수롭잖은 그림자가 망막에 비쳤다. 사람의 모습 같은 그림자가 시계에 떠오른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 소녀가 떠 있었다.
 바람은 없다.
 여름치고는 이상하게 차가운 밤기운이었다.
 ㅡ목덜미 뼈가 추위 탓에 찡하고 울린다.
 물론 그런 건 나만의 착각.
 "뭐야, 오늘도 있잖아."
 불쾌하지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예의 소녀는 달에 기대기라도 하듯 비행하고 있었다.

 부감풍경/

...

ㅡ이미지는 잠자리. 바쁘게 날고 있다.

 나비 한 마리가 따라왔지만, 날개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나비는 언젠가부터 따라오지 못하다 시계에서 사라질 무렵, 힘없이 떨어져갔다.
 호를 그리며 떨어져 간다.
 머리를 쳐든 뱀 같은 모양의 낙하는, 하지만 꺽어진 백합을 닮았다.
 그 모습이 몹시 슬프다.
 함꼐 갈 수는 없어도, 적어도 조금은 더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땅에 발이 닿지 않는 나는, 멈춰 서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았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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