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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소설/습작

마술사 -가제- 2


 적막한 어둠이 내려앉은 키에르 산 위로 달빛이 모래처럼 반짝였다. 융단처럼 넓게 펼쳐진 눈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빛가루가 은은하게 빛나 한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그 위로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어 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파란 하늘에 빙하처럼 갈라진 틈새로 불어닥치는 키에르 북서풍이 지나가는 13월의 계절이었기 때문이다. 거센 바람과 거친 눈발이 산허리를 몰아칠때마다 죽은 자의 비명이 메아리를 쳤다. 그러나 눈보라를 동반한 북서풍은 그 비명조차 듣지 못하게 모든 소리를 차단하듯이 불었다. 눈과 귀, 코와 손발마저 마비되고 마는 키에르 산 중턱에 동굴에서 아르헨의 음영에 가려져 그림자처럼 앉아있었다. 오히려 그의 검은 트롤 코트가 사람처럼 모닥불에 물들어 노랗게 생기가 돌았따.
 "눈보라가 거세니 추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 떨고 불이라도 쬐."
 "젤탄국 레인저란 말 대신 <회색 이리Gray Wolf>가 키에르 산에서 길을 잃고 목표를 놓친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 아닙니다. 이리들은 지금 노란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고 검은 코로 내 채취를 느끼며 크고 두꺼운 다리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을 겁니다."
 모닥불이 닿지 않는 동굴 그림자에 가려 앉아있던 젤탄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떠는 자기 몸을 다시 한 번 부둥켜 안았다. 아르헨은 모닥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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